본문 바로가기

[열려라 공부] 학부모 58% “학종 공정하지 않다”

중앙일보 2016.06.15 00:02 Week& 1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고교생·학부모 1135명이 말하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본격 시행된 지 3년째다. 교육부가 입학사정관제를 학종으로 재정비한 이유는 교외 스펙 기재를 금지하고 평가 영역을 교내 활동만으로 제한함으로써 사교육 유발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반응은 냉담하다. 학종을 둘러싼 공정성·객관성·투명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중앙일보 열려라공부는 입시교육기관인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전국 고등학교 2·3학년 850명(일반고 522명, 특목·자사고 328명)과 서울 지역 학부모 285명에게 학종의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설문 조사 결과 학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불안감이 컸고 학종 자체가 공정한 경쟁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 교사 열정에 따라 학생부 달라져
대학의 모호한 평가 기준도 불만
외부스펙 못 쓰지만 사교육 여전



“아이가 기생충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읽으면서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제대로 된 과제탐구를 해보고 싶어서 학교에 연구 지도 프로그램을 요청했는데, 학교에선 ‘공식적인 소논문 지도 프로그램은 없으니 할 거면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거예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일반고에 2학년 자녀를 보내고 있는 조모(46)씨는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도 수능·논술 대비만 있을 뿐 실험·연구 같은 특색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며 “아이가 하고 싶어도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밖에서 개인적으로라도 과제 연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다 이내 포기했다. 교내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부에는 기록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종은 교과(내신)뿐 아니라 동아리·자율활동·봉사활동·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두루 살펴 지적 호기심이 풍부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입시 제도다. 수능처럼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정량평가가 아닌 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 등 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정성평가다. 진로·적성 계발과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학업 역량의 성장 과정이 수업·동아리·봉사·독서 등의 교내 활동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기회가 있어야 성장 과정을 보여줄 만한 것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교내 활동이 고스란히 담기는 학생부는 학종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다. 문제는 학생부 기록이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질에 따라, 담임·과목 교사의 열정에 따라 학생 사이에 격차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열려라공부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이 함께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학생·학부모는 학종의 공정성·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 학생은 41.4%가, 학부모는 58.4%가 학종의 공정성·객관성을 묻는 질문에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학종이 공정성·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교사에 따라 학생부 기록이 크게 달라진다’라는 답변이 22.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천의 한 일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손모군은 “아이들끼리 학생부 기록을 어떤 선생님이 꼼꼼하게 잘 적어주는지 다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군은 “정규 수업은 내가 선생님을 선택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듣지만 방과후수업은 기록을 꼼꼼하게 해주시는 선생님을 일부러 찾아가 듣는다”고 말했다. 교육열이 높은 서울 강남 지역도 학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최모(45)씨는 “학교 프로그램이 여전히 정시모집 위주로만 운영된다”고 말했다. “아이가 여러 활동을 하는 걸 좋아해서 학급회장을 하면서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캠페인도 많이 벌이는데 그럴 때마다 선생님들이 ‘너 또 일 벌였더라’라는 반응이에요. 그냥 조용히 수능 공부나 하라는 거죠. 그런 선생님들이 학생부 기록을 얼마나 신경 써서 해주겠어요.”

학생들은 또 ‘각 대학의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고 모호하다’(18.8%)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지영(47·서울 목동)씨는 “서울대에 특목·자사고 출신은 내신 3~4등급도 많이 합격하던데, 그러면 이런 학생들은 내신 등급 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평가해서 학업 역량을 측정했다는 것인지 그런 세세한 평가 기준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그런 기준을 모르니까 R&E·경시대회·캠프 등 뭔가 특별함을 보일 수 있는 비교과 스펙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이모(51·서울 대치동)씨는 “우스갯소리로 학종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니라 ‘학부모종합전형’이라고 한다”며 “학교에서 경시대회 공지가 뜨면 적극적인 엄마들이 준비팀을 꾸려 전문강사를 붙이고 결국 그런 아이들이 교내 경시대회를 휩쓴다”고 말했다.

학생부에 교외 스펙을 기재할 수 없지만 여전히 사교육 영향력은 크다. 사교육의 영역이 교외 스펙 쌓기에서 내신·경시대회·독서 등 교내 스펙 쌓기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설문조사에서도 학종이 ‘특목고·자사고 등 특정 학교 학생에게 유리하다’(15.1%) ‘사교육(컨설팅) 도움 없이는 준비하기 힘들다’(13.8%)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성권 서울 대진고(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교사는 “학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이런 학생·학부모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걷어내야 한다”며 “각 대학의 평가 지표 공개 및 학교·교사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전민희 기자 Jeon.hyeonjin@joongang.co.kr

관계 기사
▶학생 60% 학부모 75% “학종, 학교 생활만 충실히 해선 준비 못해”…교사 77% “공교육 정상화 도움”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