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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직접 나선 조양호

중앙일보 2016.06.15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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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을 위해 직접 움직였다. 조 회장은 14일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최대 용선주인 시스팬(Seaspan)의 게리 왕 회장을 만나 용선료 조정과 양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대 용선주 시스팬 회장과 면담
한진해운 측 “긍정 반응 끌어내”


한진해운은 “1시간 가량 이어진 면담에서 게리 왕 회장이 용선료 조정 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체적으로 게리 왕 회장은 용선료 ‘인하’가 아닌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조양호 회장에게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스팬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게리 왕 회장의 반응은 시스팬의 달라진 입장을 보여준다. 불과 한달여 전만 해도 시스팬은 한진해운의 요구에 다소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게리 왕 회장과 함께 시스팬을 공동 설립한 그레이엄 포터 창업자는 지난달 16일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당시 그레이엄 회장은 한진해운이 1160만달러(약 140억원) 규모의 용선료를 연체했다는 사실까지 폭로했다.

하영석 한국해운물류학회 고문은 시스팬의 달라진 입장을 ‘현대상선 효과’라고 분석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자, 한진해운 용선주들도 배짱을 튕기다간 용선료를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 고문은 “한진해운 용선주 입장에서, 대금을 못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대상선 생존→한진해운 법정관리→양대 해운사 합병이다. 현대상선이 생존 9부 능선을 넘자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까봐, 한국 정부에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스팬 입장 변화는 향후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스팬이 TEU (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기준 한진해운 최대 용선주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시스팬으로부터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7척을 빌렸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게리 왕 회장과 에코쉽(Ecoship·연료 효율을 높인 친환경선박)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향후 한진해운이 필요한 맞춤형 에코쉽을 시스팬이 발주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게 한진해운의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에코쉽 사양이나 선박 발주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14일 정석기업 주식(8만4530주)을 매각해 251억300만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했다. 조 회장은 이 돈으로 한진칼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칼은 지난 1분기 1100억원 상당의 한진해운 상표권을 매입하기 위해 빌려온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주식 매각은 (채권단이 요구하는) 한진해운 사재 출연과는 무관하지만, 한진해운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는 있다”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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