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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클릭] 제2코엑스, 황금알 낳을까 황소개구리 될까

중앙일보 2016.06.15 00:01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무역협회, 제2코엑스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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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한국무역협회는 잠실 일대에 ‘제2코엑스’를 건설한 후 이 둘을 연결해 글로벌 MICE 밸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김경록 기자


무역협회, 더 많은 국제행사 유치 주장
지방컨벤션센터는 애물단지 전락 우려
“이미 공급 과잉 … 서울 쏠림 가속화돼”



잠실운동장 일대에 ‘10만㎡ 크기의 제2코엑스를 세우겠다’는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의 계획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무협 측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주장하며 “국제 규격(10만㎡)의 컨벤션센터를 서울에 건설하면 한국에서 더 많은 국제 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다. 특히 지방 소재 컨센션센터는 “이미 공급은 충분하다”며 “현재 대부분의 전시가 서울에만 쏠려 지방 컨벤션센터의 가동률이 50% 이하인데 제2코엑스는 이러한 쏠림 현상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달 20일 한국무역협회 김인호 회장이 ‘MICE 인프라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김 회장은 “서울시의 잠실운동장 마스터플랜 사업에 무협이 민간 사업자로 참여할 계획”이라며 “잠실지구에 10만㎡ 이상의 전시컨벤션센터를 포함한 제2무역센터를 건립하고 기존 코엑스와 연결해 글로벌 MICE(Meeting·Incentive·Convention·Exhibition) 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제2무역센터 등 잠실운동장 일대를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3조원 중 15%인 4500억여원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체 조달하겠다고 했다.
 
무협 측은 “외국 바이어가 직접 찾아와 눈으로 본 후 계약하는 ‘인바운드 수출’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제대로 된 컨벤션 인프라”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은 국제 규격(10만㎡)을 만족하는 MICE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상하이(83만㎡), 홍콩(20만㎡), 싱가포르(24만㎡)에 국제 전시를 수없이 빼앗기고 있다”며 “서울의 지리적 요건과 국제 컨벤션 시장 동향을 살펴볼 때 2034년까지 서울에만 17만㎡의 전시 공간이 추가로 확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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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킨텍스(KINTEX), 구미컨벤션센터(GUMICO),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GSCO) 전경(위쪽부터).


반대하는 측에서는 제2코엑스가 서울에 들어서면 가뜩이나 전시가 부족한 지방 컨벤션센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수백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지은 컨벤션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방에 위치한 11곳의 컨벤션센터 중 광주·창원·제주를 제외한 8곳은 가동률 40~50%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광역시엑스코 홍보팀 김시완 팀장은 “잠실에 제2코엑스가 문을 열면 블랙홀처럼 모든 전시를 빨아들일 것”이라며 “컨벤션센터 건립에는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한데 지금 너무 중구난방으로 난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벡스코 관계자 역시 “그동안은 수요가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컨벤션센터를 건설해왔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수요가 충족됐고 수요 부족으로 놀고 있는 컨벤션센터도 많다”며 “앞으로 컨벤션센터를 더 지으면 공급 과잉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300억여원의 세금을 들여 건설한 일산 킨텍스의 사정도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완공된 킨텍스는 10만㎡ 규모이며 현재 건축 중인 제3전시관이 2020년 완공되면 그 크기는 17만㎡로 늘어나게 된다. 킨텍스 측은 “제2코엑스가 들어서면 킨텍스와 경쟁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단 우리는 우리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킨텍스의 가동률을 50%였다.

한편, 무협의 계획에 대해 소속 직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9시. 삼성동 코엑스 옆 한국무역협회 앞에는 80여 명의 한국도심공항 소속 노조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자회사 생존권 보장하라’ ‘200억 흑자 회사 구조조정 웬 말이냐’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한국도심공항은 운수·물류 사업 등을 담당하는 무협의 자회사다.

무협이 ‘제2코엑스’ 재원 확보를 위해 자회사에 대한 고강도 구조개선을 예고하자 “대책 없는 자회사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었다.

무협은 자회사 코엑스는 ‘MICE’ 전문기업으로,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던 한국도심공항은 도심공항·운수·물류 사업으로 개편하고, 기존의 임대·관리 업무는 외부에 위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심공항 노조원들은 인력 감축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채규만 노조위원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임대 사업을 외부에 위탁하면 공익적 목적을 위해 운영되던 운수·물류 분야만으로 수익을 내야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구조조정 시 고려돼야 할 고용과 근로조건 저하 등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며 “제2코엑스 구상안을 내부에 설명하지 않아 우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으며, 이에 대해 협회 측에 설명과 면담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14개 컨벤션센터 평균 가동률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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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컨벤션센터 수는 현재 총 14곳이다. 올 8월 첫 삽을 뜰 예정인 수원 컨벤션센터까지 포함하면 총 15곳으로 늘어난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며 우후죽순 컨벤션센터가 늘어났지만 평균 가동률은 절반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앙일보 강남통신이 조사한 결과 국내 컨벤션센터의 평균 가동률은 54%였다. 그마저도 전시가 몰리는 서울 소재 코엑스(70%), aT center(62.6%), 세텍(67%) 3곳을 제외하면 그 수치는 더욱 내려간다.

컨벤션센터 건립 붐이 일어난 건 2000년대 초. ‘국제전시를 유치해 수출을 늘리고 산업을 부흥시킨다’는 취지로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컨벤션센터를 세우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부산의 벡스코(BEXCO), 대구의 엑스코(EXCO), 제주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등 7개의 컨벤션센터가 세워졌다.

컨벤션센터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세금 낭비 논란이 제기됐지만 건설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2008년 이후에도 연달아 5개의 컨벤션센터가 추가로 문을 열었다. 여기에 쓰인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은 약 2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컨벤션센터의 낮은 가동률과 수익성을 지적하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최원철 특임교수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MICE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며 “지역별로 컨벤션센터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컨트롤 타워 기능과 부처 간의 융합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컨벤션학회 황희곤 회장은 “지역 전시장은 지역의 산업과 주민들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성 있게 발전해야 한다”며 “서울의 대형 컨벤션센터와 차별화하며 성장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관 기자, 김성현 인턴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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