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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 어학원 박경실 회장 파기환송서도 집유

중앙일보 2016.06.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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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실(61·여) 파고다아카데미 대표. [중앙포토]

회삿돈 10억원을 횡령하고 자신의 개인 채무 200억여 원을 회사가 연대보증 서게 한 혐의(배임)로 기소된 박경실(61·여) 파고다아카데미 대표가 파기환송심에서도 1·2심과 같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이원형)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박 대표는 파고다아카데미 대표이사직과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이라는 현직 타이틀을 내려놓을 위기에 처했다. 현행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는 학원을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서다. 한국학원총연합회 박표진 사무총장은 “최종심인지를 따져보고 변호사의 의견을 구할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회장직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몇 년 간 크게 두 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첫째는 500억원대 배임 혐의. 그는 2005년 9월 자신과 딸이 주주로 있는 회사인 파고다타워종로의 빚 231억여 원과 박 대표 개인 회사인 진성E&C의 채무 43억여 원에 대해 파고다아카데미가 연대 보증을 서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완공되지 않은 파고다타워종로 건물의 임대차보증금 254억원을 파고다아카데미가 선지급하게 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도 있다.

둘째는 10억원 횡령 혐의. 박 대표는 2005년 3월과 11월 개최되지도 않은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있었던 것처럼 꾸민 뒤 학원 부문 매출이 10% 이상 증가하면 자신에게 1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승인한 것처럼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10억원을 빼돌렸다는 내용이다. 이 자금은 박 대표의 개인회사인 파고다타워종로의 건물 신축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박대표는 앞선 1심과 2심에서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연대 보증’에 대한 박 대표의 배임 혐의도 유죄를 선고해야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시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업무상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는 현실적인 손해 뿐아니라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며 “대출금 등 채무를 모두 변제한 것은 범죄가 성립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제시했다.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박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 모두에 대해 “대법원의 취지대로 유죄로 인정한다”며 재판을 시작했다. 먼저 “박 대표는 자신의 개인 회사의 대출금 채무를 파고다아카데미가 연대 보증 서게 하고, 회사 지배인으로써 성과금 명목으로 업무상 10억을 횡령하는 등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파고다 전 회장이자 남편인 고인경(72)씨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연대보증 당시 다른 담보를 제공하거나 주채무자(박 대표)의 재력이 상당해 손해가 크지 않다”며 “업무 위배의 정도가 중하지 않고 일부 금액은 대여금으로 전환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박 대표의 배임 혐의는 인정되지만 이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득이 얼마인지는 산정할 수 없다”며 재산상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 적용가능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일반 업무상 배임죄로 바꿔 적용했다.

이날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 대표는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법원을 나섰다.

한편 박 대표는 남편 고씨와 1980년 결혼해 파고다어학원을 전국적인 교육기관으로 키우고 승승장구했다. 1997년 고 전 회장이 아들의 사망 등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박씨가 대표를 맡았다. 이후 고씨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큰 딸과 박대표가 낳은 작은 딸이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다투기 시작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에 고씨는 박 대표를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박대표는 2013년 고 전 회장의 측근을 살해해달라고 교사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고씨는 박 대표를 상대로 1000억원대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이 소송은 한때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수임료 분쟁 끝에 구속기소된 최유정(46·구속 기소)변호사가 고씨 측, 한화 김승연 회장 사건 등을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민병훈 변호사가 박씨 측 변호인단에 포함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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