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궁금한 화요일] CO2 배출 줄인 ‘클린 디젤’ 석면·타르는 못 걸러내

중앙일보 2016.06.14 01:02 종합 20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클린 디젤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 한때는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저공해 차로 분류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오히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렸다. 폴크스바겐 등 일부 업체가 디젤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속인 것이 드러나서다.

경유차, 왜 환경오염 주범 됐나

최근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현재 판매 중인 디젤차가 대부분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밝혀져 디젤 엔진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공해차는 어떻게 하루아침에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을까. 디젤 엔진은 역사의 산물로 사라지게 될까. 클린 디젤에서 더티 디젤 논란까지 궁금증을 Q&A로 정리했다.
 
왜 친환경 디젤로 불렸나요
2000년까지 CO2가 환경오염 기준
질소산화물 기준 강화로 궁지에

 
기사 이미지
 
클린 디젤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디젤차 앞에 ‘클린’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로 이산화탄소(CO2) 줄이기가 한창이던 시기다. 일본 도요타는 세계 최초로 양산형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위기를 느낀 독일차 브랜드는 역으로 디젤 엔진에 주목했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검은색 매연을 유발하는 입상자물질(그을음)과 질소산화물(NOx)이 많은 대신 CO2 배출량은 오히려 적었다. 대부분의 환경 규제가 CO2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도 디젤 엔진이 주목받는 데 한몫을 했다. 별도의 장치를 달아 질소산화물과 입상자물질만 줄일 수 있다면 연료 효율이 좋은 디젤 엔진의 잠재력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이전까지 디젤 엔진은 강한 힘을 내는 대신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매연을 내뿜어 트럭이나 기차·선박에만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디젤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음과 진동을 크게 줄였고 배기가스 저감장치로 오염물질까지 걸러낼 수 있게 되면서 각광을 받았다. 장점을 살리며 단점을 보완한 독일차 브랜드의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어떤 것들이 있나.
배기가스를 저감하는 기술은 크게 2가지다. 엔진에서 연료가 최대한 완전 연소하도록 만들어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거나 배출된 오염물질을 특수한 장치로 분해해 환경에 무해한 물질로 분리해 배출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디젤 분진 필터(DPF),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희박질소 촉매 장치(LNT), 선택적 환원촉매장치(SCR) 등을 장착한다. 각각의 장치들은 강점과 약점(표 참조)이 명확해 ‘어떤 장치가 더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디젤 엔진의 초기에는 DPF나 EGR 정도를 장착했으나, 환경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장치들이 쓰이게 됐다. 자동차 브랜드는 판매하는 차량의 성격에 맞게 장치를 골라 장착하는데 최근에는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3~4개 장치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기사 이미지
 
모든 디젤  ‘유로6’ 장치 장착하면
오염 줄이지만 자동차값 상승
휘발유·하이브리드와 경쟁 못해 

 
디젤차는 왜 갑자기 환경오염의 원흉이 됐나.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질소산화물과 입상자물질을 포함한 디젤 배기가스를 석면·타르·카드뮴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로 인해 디젤차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생겼고,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전부터도 디젤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디젤차 규제로 잘 알려진 유로1은 1992년 도입됐는데, 당시에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규제만 있었을 뿐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치는 없었다. 2000년 ‘유로3’부터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치가 처음 생겼고 점점 더 규제가 강화됐다. 유로5에 들어서는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이 ㎞당 0.18g으로 낮아졌고, 2014년부터 적용되는 유로6에는 0.08g/㎞로 더 낮아졌다. 자동차 브랜드로서는 기존에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저감장치로 기준치를 만족할 수는 없을까.
앞서 언급한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사용하면 충분히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추가 장착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차 값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디젤차의 가격이 올라가면 휘발유·하이브리드 차종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차의 성능이나 연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무턱대고 많은 장치를 설치하기가 어렵다.
 
기사 이미지
 
폴크스바겐 문제 왜 일어났나
강화된 규제, 기술로는 못 맞춰
불법·편법까지 동원하게 된 것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닛산의 디젤차 문제는 왜 일어났을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규제의 강화 속도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자동차 브랜드는 수년 주기로 신차를 발표하는데, 필수적으로 성능과 연비를 향상시켜야 생존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화된 환경 규제를 맞추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차의 성능을 떨어뜨린다. 결국 이전보다 성능과 연비가 좋아진 차를 만들면서 배기가스 규제까지 맞추기가 어려워졌고, 불법·편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게 된 것이다.
폴크스바겐·닛산은 왜 같은 잘못 저질렀을까.
고의성 판단 여부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먼저 폴크스바겐에서 문제가 된 것은 EGR과 LNT다. 이 장치가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기가스 시험 시에만 작동하도록 만든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조작된 소프트웨어가 증거가 된 만큼 고의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 문제가 된 닛산의 SUV ‘캐시카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제가 된 장치는 EGR인데, 닛산은 이 장치가 작동하는 조건(온도)을 너무 낮게 책정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EGR이 작동하지 않아 기준치 이상의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고의적이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다. 닛산은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EGR이 작동하는 온도 조건을 넣는데, 그 온도가 낮다고 고의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EGR 작동 조건 온도에 대한 기준치가 없었고, 닛산의 캐시카이가 유로6 인증은 물론이고 국내 환경부 인증을 받은 차라는 점도 닛산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근거다.
배기가스로 문제가 되는 차는 대부분 LNT를 장착한 차인데, SCR을 장착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는 SCR이 LNT보다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큰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 문제는 SCR의 가격이 LNT에 비해 4~5배나 비싸다는 점이다. 거기다 SCR의 경우 장치의 부피가 커서 기존 차량에 장착하기가 쉽지 않다. SCR을 장착하기 위해 새로 자동차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출시될 신차 중에는 SCR을 장착할 차가 늘어날 수 있지만, 현재 판매 중인 차에 장착하기에는 자동차 제조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

▶[궁금한 화요일] 더 보기
① 경유차 미세먼지 크기, 중국발 황사의 10분의 1
② ‘학종’으로 대학 가는 시대…남편이 ‘이쿠맨’이면 좋을텐데

국산 자동차의 디젤차 기술 어디까지 왔나.
지금은 디젤차가 대세가 됐지만, 한때 한국은 디젤차의 불모지로 불렸다. 진동과 소음이 너무 커서 디젤차를 기피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부드럽고 승차감이 좋은 차를 선호했기 때문에 국산차 브랜드는 휘발유 세단 위주로 기술을 쌓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독일차를 중심으로 디젤 기술이 발전해 진동과 소음이 크게 줄었고, 성능이 뛰어난 차가 많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무섭게 치솟은 유가도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싼 디젤차의 상승세에 한몫했다. 디젤차를 앞세운 독일 브랜드가 시장을 잠식하자 위기를 느낀 국내 브랜드도 디젤차 라인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혔다. 지금은 성능이나 연비에서 국산차도 독일차 못지 않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독일차에 장착되는 LNT나 SCR 등 배기가스 저감장치 역시 현재 판매 중인 국산 디젤차에도 장착되고 있다.
결국 디젤차의 시대는 끝나는 걸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문제다. 먼저 디젤차를 옹호하는 전문가들은 “여전히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춘 차가 디젤차”라고 주장한다. 승용 디젤 내연기관의 역사는 100년 역사를 가진 휘발유에 비해 30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아직 기술이 100% 올라오지 않은 가운데서도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내연기관 중 하나였으니, 앞으로 잠재력은 더 크다는 게 옹호론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발생하는 배기가스 문제도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달리 디젤차의 종말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은 “디젤차가 비용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근 문제가 된 차를 보면 사실상 유로5 규제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차도 없는데 앞으로 더 강화될 규제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어렵게 규제를 맞춰도 비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빠르게 크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디젤차의 고향인 유럽에서부터 디젤차 퇴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적어도 디젤차 사태가 전기차 같은 미래 신에너지 자동차의 등장을 앞당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질소산화물(NOx)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을 말한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로 꼽히는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2)의 두 화합물을 통칭해 NOx라 부른다. 경유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NOx는 공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거쳐 미세먼지가 된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