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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적신 책 한 권] 슬플 땐 펑펑 울고, 화날 땐 소리쳐 그래야 마음 상처에 딱지가 앉거든

중앙일보 2016.06.11 00:07 종합 1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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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주인
채인선 글, 안은진 그림
토토북, 32쪽, 1만원

책 속의 인물에게 다른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어른을 위한 만화 『아이사와 리쿠』(이봄)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주인공 소녀인 아이사와 리쿠는 완벽해 보이는 가정의 외동딸이다. 예쁜 외모에 남들과 왠지 달라 보이는 특별한 분위기까지 갖춘 열네 살이다. 소녀에게는 남들은 절대로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원하기만 한다면 자유자재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엄청난 기술을 가졌다는 것이다.

남들이 슬퍼할 만한 상황 앞에서 리쿠는 누구보다 슬픈 표정으로 줄줄 눈물을 흘린다. 그것이 연기란 사실은 본인만 알고 있다. 소녀는 슬픔이 도대체 어떤 감정인지 실제로 느껴본 적이 없다. 진실한 실제의 여러 감정들은 진공포장으로 완전히 밀봉되어 가슴 속에 담겨 있을 뿐이다.

리쿠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선물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 채인선 작가의 『나는 나의 주인』이란 책이다. 첫 장을 펼치면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나는 나의 주인.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압니다. 내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압니다. 나는 나의 주인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나’의 몸을 잘 보살펴주어야 한다. 손톱이 길면 깎아주고 무릎에 상처가 나면 약을 발라준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잘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는 ‘나’의 몸뿐 아니라 마음의 주인이기도 한 것이다.

작가는 담담한 듯 다정한 문체로, 아이들이 혼란스럽게 느끼는 여러 감정과 그 변화들을 하나씩 짚어나간다. 변덕쟁이처럼 화냈다 웃었다 슬펐다 기뻤다 하는 그 마음들이 모두 ‘나’의 것이므로 부정하지 말고 그냥 인정하라는 것이다.

화가 나면 괴물처럼 소리를 질러도 되고, 슬플 때는 펑펑 울어도 된다. 겁이 날 때는 한숨을 내쉬거나 휘파람을 불거나 방에 불을 켜고 지구환경과 사라지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된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나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사람들에게는 단호히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해도 된다. 아픈 감정이 나아질 수 있다면 그것을 하면 된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내 마음을 나아지게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고 주인은 소중하게 보살펴주는 사람이라는, 지당한 말이 자꾸 귓가를 맴돈다. ‘주인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나 숲에 있는 나무들처럼 자기 스스로를 키우는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을 맞닥뜨렸을 때 저도 모르게 조용히 탄식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일 것 같다. 아이사와 리쿠에게만이 아니라, 마음 때문에 앓는 여러 어른친구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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