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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박 대통령이 만주로 가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6.06.11 00:01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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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1950년 6월 25일 새벽 분단된 한반도에 전쟁이 폭발했다. 다음날 미군이 공개 참전한다. 한반도 내전은 국제 전쟁으로 확대됐다. 6월 27일 미국 트루먼 대통령은 제7함대의 대만해협 진격을 명령했다. 무력으로 중국 통일을 막았다. 8월 미군 전투기가 중국 영공을 침입했다. 무차별 폭격으로 군사 시위를 벌였다.”

중국 드라마 ‘싼바셴(三八線·삼팔선)’ 첫 회 도입부 내레이션이다. 지난달 28일 전국 방송을 시작했다. 이번 주 시청률 3위에 올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0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운)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했다. 중국 신세대들은 ‘싼바셴’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옛 만주였던 중국의 동북 3성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은 공화국의 큰 아들(長子)로 불렸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46년 신중국 수도로 하얼빈을 점 찍었다. 동북은 중국에 그만큼 중요하다.

6년 전 8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동북을 방문했다. 옛 만주 벌판인 지린 ·창춘(長春)·하얼빈·훈춘(琿春)을 잇는 여정이었다. 김정일은 김정은 현 노동당 위원장을 대동했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외에 복수의 상무위원과 상견례했다는 설이 돌았다. 시 주석은 2008년 6월 국가부주석 첫 해외 순방국으로 북한을 선택했다. 2011년 말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의 집권 드라마가 시작됐다. 그는 시 주석의 정부 구성 목전에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친중파 장성택을 숙청했다. 친북 인맥으로 분류되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은 체포 수감됐다. 다시 반전이다. 지난주 시진핑-이수용 회견이 신호다. 비핵화와 안정을 모두 노린 중국판 ‘병진정책’이다.

대책은 만주에 있다. 선양(瀋陽)은 병자호란 후 소현세자가 『심양장계(瀋陽狀啓)』를 썼던 곳이다.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이다. 한민족과 인연이 깊다.

만주는 기회의 땅이다. ‘공화국의 장자’는 환골탈태 중이다. 시 주석의 측근 리시(李希) 랴오닝성 당서기가 철강·조선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차세대 빅샷 루하오(陸昊) 헤이룽장 성장도 있다. 한국이 이들과 동북 리노베이션을 논의할 기회다.

9월 4~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항저우(杭州)에서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G20의 주역이다. 회의를 마친 뒤 공군 1호기의 기수를 북북동으로 돌리자. 단둥(丹東) 압록강 잔교도 좋고 선양 고궁도 좋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이 거닐던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나 공사 중이지만 하얼빈 역사도 좋다. 백두산 옌볜(延邊)에서 교민·교포·한(漢)인 한마당도, 윤동주의 북간도도 좋다.

미국 대통령은 방한하면 비무장지대(DMZ)를 찾는다. 사진 한 장 때문이다. 한·중 수교 24년이 흘렀다. 아직 만주를 방문한 현직 대통령은 없다. 만주발 박 대통령의 사진이 필요할 때다. 외신을 타고 퍼질 사진 한 장이 어떤 대북제재보다 강력해서다.


신 경 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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