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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MLB 특집] MLB 주름잡는 ‘코리안 리그 삼총사’ 불방망이의 비밀

온라인 중앙일보 2016.06.11 00:01
강정호-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파란불, 박병호-아시아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가능, 이대호-주전 꿰차는 것도 머지않아… 타고난 승부근성과 준비된 파워, 자신만의 장점 극대화한 스윙이 최고 무대에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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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에 ‘스리 호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타자 출신으로는 메이저리그 진출 1호가 된 강정호를 비롯해 올해 데뷔한 박병호·이대호가 그 주인공들이다

타격은 ‘3할의 예술’이다. ‘타격의 꽃’은 홈런이다. ‘코리안 빅리거’들이 속속 홈런 소식을 전하고 있다. ‘호 삼형제’의 이야기는 시원하다.

유인구보다 정면승부 즐기는 메이저리그 ‘체질’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는 ‘박뱅’ 박병호(30)에 이어 ‘빅보이’ 이대호(34), ‘킹캉’ 강정호(29)의 방망이가 ‘휙’ 돌아가면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담장 너머까지 큼지막한 하얀 포물선이 그려진다. 야구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팬들은 낯선 한국 선수들의 당당함과 날카로운 스윙에 ‘어’하며 놀라고, 쏜살같이 날아가는 공에 ‘와’하며 탄성을 내지른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 박병호 - 5월 1일 타깃 필드(Target Field): 미네소타 트윈스가 0-3으로 뒤진 4회말 2사 후.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출전한 박병호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에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선발 조던 짐머맨에게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원볼 투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시속 87마일짜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들어오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제대로 맞았다. 가운데 담장 너머로 131.4m 날아간 시즌 6호 홈런. 타구 속도는 시속 186.8㎞로 공식 확인됐다.

# 이대호 - 5월 5일, 오코 콜리세움(O.co Coliseum):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시애틀 매리너스가 4-8로 뒤진 6회초 1사 후 이대호가 구원 투수로 나온 라이언 덜의 초구를 받아 쳐 중월 1점 대포를 쏘아 올렸다. 5-8 추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대호는 7-8로 바짝 따라붙은 7회초 2사 2루에선 존 액스퍼드와 볼카운트 스리볼 원스트라이크로 실랑이를 벌이다 5구째 시속 95마일짜리 직구가 가운데 높은 곳으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돌렸다. 왼쪽 담장 너머로 시즌 4호째 역전 2점 홈런이 됐다. 이대호의 홈런 두 방에 힘입어 시애틀은 8-7로 이겼다.

# 강정호 - 5월 7일, 부시 스타디움(Bush Stadium): 2015년 9월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왼쪽 무릎을 다친 이후 232일 만에 6번 타자 3루수로 메이저리그 구장에 섰다. 1-0으로 앞선 6회초 2사 2루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두 번째 투수 타일러 라이언스의 초구를 밀어쳐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날렸다. 또 3-2로 추격당한 8회초 2사 후 세 번째 투수 케빈 시그리스트와 풀카운트 신경전을 펼치다 6구째 94마일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30.1m로 기록된 좌월 1점포를 날렸다. 복귀전에서 연타석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준비된 메이저리거 그들의 이름은 ‘호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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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호 브라더스’가 빅리그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한국 출신 야수들에겐 힘겨운 무대라 여겨지던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타고난 승부 근성과 준비된 파워,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스윙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처음이니까 네가 잘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라. 매사에 집중하면 동양 야구의 독특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세밀한 부분도 늘 신경 쓰거라.”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강정호를 피츠버그로 보내면서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2006년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현대-넥센을 거쳐 최초의 KBO 리그 야수 출신 메이저리거가 된 강정호는 염 감독의 조언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강정호는 차근차근 준비했다. 내야수로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강한 체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다. 넥센은 체질 변화를 통한 팀 전력 향상을 위해 트레이닝 분야를 특화시키면서 이런 선수들을 적극 지원했다. 강정호는 2006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신고했다. 133경기에 나가 타율 0.286에 홈런 23개, 81타점을 기록하면서 ‘대형 내야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2012년에는 ‘3할과 20홈런, 20도루’의 대기록을 만들면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해 강정호는 124경기에 나가 타율 0.314에 홈런 25개, 도루 21개를 기록했다. 타점은 82개. 그리고 2013년 22개, 2014년 40개로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의 금자탑을 쌓았다. 강정호가 지금 피츠버그에서 잘 치고, 잘 뛰고, 잘 받는 것은 준비한 만큼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강정호가 빅리그의 문을 열고, 박병호가 그 뒤를 이었다.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4연타석홈런을 치는 등 일찌감치 대형 타자로서 스카우트의 표적이었다. 2005년 LG가 신인 1차 지명을 했고, 2011년까지 7년여 동안 온갖 공을 들였지만 빛을 내지 못했다.

결국 2011년 시즌 도중 넥센으로 트레이드됐고, 김시진 감독이 ‘무한 신뢰’를 보내면서 4번 타자로 활짝 피기 시작했다. 무섭게 잠재력을 쏟아냈다. 2012년 31개의 홈런과 105타점을 올렸다. 도루도 20개를 기록하며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에는 타율 0.318에 홈런 37개, 타점 117개를 기록하더니 2014년에 타율 0.303, 홈런 52개, 타점 124개, 2015년에는 타율 0.343, 홈런 53개, 타점 146개로 절정의 활약을 펼쳤다.

‘호타준족’의 대표주자로서 2012년과 2015년 페넌트레이스 MVP를 차지했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의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해 당당하게 메이저리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대호는 ‘맏형’이다. 롯데에서 최고 타자가 된 뒤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쉼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한 투수로서 2차 1순위로 롯데에 지명을 받고 프로에 진출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찬스에 강한 타자임을 증명했고, 2010년 타율 0.364와 2011년 타율 0.357를 각각 기록해 2년 연속 3할 타율로 정교함을 뽐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리는 등 국내에서 통산 225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면서 홈런 타자로서의 위상도 높였다.

이대호의 명성은 일본 열도로 이어졌다. 일본 진출 첫해였던 2012년 오릭스에서 타점왕(91개)에 올랐고, 2015년 소프트뱅크에선 일본시리즈 MVP를 차지하면서 최고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대호는 안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전을 선택했다. 주전을 보장받지 못하고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임기응변에 강한 ‘킹캉(King Kang)’의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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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넥센 박병호(왼쪽)와 강정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정호는 임기응변에 강하다. 상대 투수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타격을 달리 한다. 메이저리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아주 섬세한 생존법이다.

강정호가 돌아왔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월드시리즈 MVP가 됐던 프리즈를 영입해 3루수로 활용하다가 강정호가 돌아오자마자 벤치에 앉혔다. 더구나 강정호의 완벽한 적응을 돕기 위해 ‘2게임 주전 1게임 대타’를 원칙으로 출전 기회를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강정호는 복귀 첫날인 5월7일 부시 스타디움에서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홈런 두 방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6회초에 터트린 홈런은 오른쪽으로 밀어쳐 만들었고, 8회초에는 방망이를 간결하게 잡아당기는 스윙으로 왼쪽 외야 관중석 중간에다 포물선을 그렸다.

강정호가 다이아몬드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피츠버그의 간판타자 매커친과 간판투수 J.J 버넷 등이 일제히 준비된 세리머니로 축하해줬다. 한 경기에서 두 개 이상의 홈런을 친 건 지난해 8월 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두 번째이자 258일 만이다.

정민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강정호의 타격 테크닉에 주목한다. 1번 타자로도 손색이 없는 타격 감각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근육량을 늘리고, 파워를 키운 타자”라며 “방망이의 스피드가 뛰어나 잘 적응한 케이스”라고 말한다.

강정호는 지난해 126경기에 나가 타율 0.287와 15홈런으로 58타점을 기록했다. 깜짝 활약이 아니라 9월 18일 사카고 컵스전에서 크리스 코글란과 2루에서 충돌해 왼쪽 무릎을 다칠 때까지 꾸준함으로 이룬 결과였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할 만큼 인지도를 높였다. 강정호는 결국 수술을 받고 시즌을 끝냈지만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서 치료와 재활을 거듭한 뒤 당당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역시 강정호의 장점으로 ‘영리한 야구’를 할 줄 아는 것을 꼽았다. 야구의 흐름을 알고, 그것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타격을 할 때 오른손을 덮어주면서 스윙을 할 줄 알기 때문에 높은 공에도 강하고, 팀배팅을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강정호도 스트라이드를 하는 왼발을 들었다가 놓는 스타일의 타격 자세에 대해 부정적인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른바 강정호처럼 ‘레그킥’을 하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정호는 뛰어난 선구안과 테크닉으로 극복하면서 직구에 강한 타자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 놓았다. 강정호는 아직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넌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부상에서 회복돼 이제 막 돌아왔기 때문이다.

허구연 위원은 “일반적으로 부상 이후에는 기량이나 몸 상태가 정상적일 때보다 5% 정도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며 “강정호가 건강하게 돌아왔지만 완벽한 몸 상태가 될 때까지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워 넘치는 ‘박뱅(Park Bang)’의 어퍼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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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4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박병호(오른쪽)가 선배인 이대호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있다.

결코 ‘힘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다. 시속 150㎞를 웃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주눅들지 않는다. 힘으로 맞선다. 오히려 그들이 슬슬 피하려는 눈치다. 직구를 앞세운 정면 승부보다 변화구 위주로 배합을 바꾸려 한다.

박병호는 전형적인 파워 히터다. 밑에서 위로 주먹을 쳐올리는 듯한 스윙을 한다. 때론 상체가 뒤로 넘어갈 듯한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상·하체는 물론 팔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집할 수 없는 타격 자세다.

박병호가 홈런을 터뜨릴 때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물론 많은 팬이 놀라고 있다. 파워와 기술에 놀라고, 적응력에 감탄한다. 박병호는 시즌 개막 이후 4월 한 달간 6개의 아치를 그렸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타일러 화이트와 신인 중 홈런 공동 1위였다.

폴 몰리터 감독도 “대단한 활약이다. 자신감도 얻었고, 알아서 잘 적응하고 있다”며 “투수의 공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고, 공격적인 타격을 하고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박병호의 힘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까지 말했다. 5월에도 박병호의 방망이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5월 4일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시즌 7호 홈런을 날리는 등 꾸준한 타격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7호까지 ESPN 홈런 트래커의 분석을 기준으로 본 평균 비거리는 129.4m. LA 에이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이 기록한 130.5m에 이어 둘째다.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175.3㎞로 시속 174.3㎞를 기록한 마이크 트라웃보다 빠르다.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힘이 제대로 실린다는 의미다.

현역 시절 일본 최고의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도 활약했던 정민철 해설위원은 “박병호는 몸쪽 빠른 공도 ‘몸통 스윙’으로 쳐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섣불리 몸쪽 공을 던지기 어렵다”며 “바깥쪽 공도 밀어치는 요령이 좋아 앞으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다만 ‘어퍼스윙의 한계 탓에 하이 패스트볼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높은 쪽으로 날아오는 빠른 공의 경우 타자들이 그냥 방망이가 따라 나갈 수 있는 만큼 박병호 역시 이런 유인구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신인왕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말한다. “박병호의 스윙은 상하 변화가 많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는 데 유리하다”며 “타율 0.250 이상에 홈런 25개에서 30개 정도면 신인왕 후보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병호가 5월 4일 시즌 7호 홈런을 터뜨리자 산술적으로 올 시즌 42개까지 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역대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은 2004년 뉴욕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가 기록한 31개. 한국인 빅리거 최다는 추신수가 2010년과 2015년에 터트린 22개다. 박병호는 지금 새로운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한·일 평정했던 ‘빅보이’의 무결점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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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에 대한 구단의 평가는 점점 좋아질 겁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플래툰 시스템 탓에 제대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대호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이대호의 성장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다 시애틀의 팀 사정 역시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드 하이드 스카우트가 만든 ‘이대호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스윙을 하며,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이 있고, 타점 능력이 뛰어나다’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내부 결정이 이루어졌고, 제리 디포트 단장과 스콧 서비스 감독도 이대호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시애틀의 주전 1루수는 왼손잡이인 애덤 린드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102경기에 나가 0.274, 166홈런, 60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2013년과 2015년까지 5시즌 동안 20홈런 이상을 터뜨린 검증된 타자다. 또 오른손투수에겐 통산 타율 2할9푼3리를 기록하면서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이런 사정이 한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를 경쟁시키는 플래툰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대호에게 적용되고 있다. 허구연 위원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애덤 린드를 주전으로, 이대호를 왼손투수용 교체 멤버로 활용하고 있지만 서서히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많지 않은 출전 기회 속에서 이대호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이대호는 왼손투수나 오른손투수를 크게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한국과 일본을 거치면서 다양한 변화구에 대처하는 요령도 충분하게 익혔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그려지는 스윙 궤적을 나타내기 때문에 공을 맞히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대호에겐 일본처럼 유인구 승부를 하지 않는 메이저리그가 더 편한 무대다. 허구연 위원은 “다른 구단은 이대호의 나이, 수비와 주루 능력 등에 의문부호를 붙였지만 이치로 등 많은 동양 선수를 경험한 시애틀이 이대호를 선택한 것은 타격 능력이 첫째 요소”라며 “이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입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대호는 영양가 높은 홈런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4월 14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선 2-2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연장 10회말 애덤 린드의 대타로 나가 끝내기 중월 2점포를 날렸다. 홈 팬들에게 짜릿한 기쁨을 안겨줬다. 또 5월5일 오코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타석홈런으로 9-8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서비스 감독은 “팀 전체가 거둔 엄청난 승리”라며 “이대호는 경험이 많은 선수다. 뛰어난 타점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추격 홈런은 팀원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부연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칼 갈고 있는 ‘한국산 타격기계’ 김현수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지출한 김현수는 아직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호 삼형제’만 못하다. 파워보다는 기술을 앞세운 교타자이기 때문에 한번 타격감이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현수는 5월 1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9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4월 24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이후 일주일 만이자 팀의 23번째 경기에서 4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기회를 잡자 메이저리그 데뷔 첫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로 활약했다. 그러나 아직 시즌 개막과 함께 주전 자리를 꿰찬 조이 리카도를 뛰어 넘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김현수는 존 듀켓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의 마이너리그 제안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홈 개막전에서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그러나 꿋꿋하게 이겨내고 있다.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가면서 자신감을 되찾았고, 특유의 배트 컨트롤로 밀어치기를 하는 등 변화구에도 대처하고 있다. 지나치게 빠른 공을 의식해 오히려 타격 타이밍이 빨랐던 탓에 무너졌던 밸런스를 되찾았다. 이제는 공을 받쳐놓고 때릴 수 있게 됐다. 김현수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이제 다르다. 자기 스타일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요령과 확신을 얻었다.

벅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가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라고 인정한다. 스콧 쿨바 타격코치는 “김현수가 피칭머신을 통해 타격훈련을 많이 소화하고 있다. 벤치에 오래 앉아 있으면 타이밍을 맞히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김현수는 피칭머신을 통해 많은 훈련을 치렀기에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속구에 타이밍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냉정하다. 결과가 없으면 바로 낙오된다. 김현수는 대타로 나가거나 어쩌다 한 번 뛰는 후보 외야수다. 타격이나 수비에서 확실한 역할이 없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경험이 부족한 타자들은 꾸준하게 들어오는 빠른 공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김현수가 이런 문제 탓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다. 빠른 직구를 때려낼 수 있는 스윙이 아니라 슬라이더 정도를 쳐낼 수 있는 배트 스피드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배트 스피드가 느려졌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그것이 마음을 더 급하게 만들어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김현수까지 제 자리를 찾는다면 한국 프로야구를 거친 타자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하게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파워뿐 아니라 기술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하게 된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국내에서도 김현수의 타격 재능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졌다. 머지않아 어려움을 딛고 ‘호 브라더스’와 함께 그라운드를 호령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창호 야구전문기자·스포츠평론가 river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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