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김제시 모악산의 정자 ‘닭지붕’ 안내판. 영어 표기가 각각 다르다. [사진 전주대]
전주대 최희섭 교수팀 조사
같은 곳도 안내판마다 다른 표기
띄어쓰기·오탈자도 눈에 띄어
외국인 눈높이 맞춰 만들어야
전주대 최희섭(영미언어문화과) 교수팀은 9일 “한옥마을과 풍남문·객사 등 전주시 주요 관광지와 인근에 있는 영어 안내판 20개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모니터링(Monitoring)’이라는 팀을 꾸려 지난 3월부터 전북 지역 관광지에 설치된 안내판의 오류 여부를 조사했다. ‘번역 이론과 실제’ 수업을 받는 최인성·이정환·오상윤·김현수씨 등 대학생 4명도 함께 했다.

조사 결과 상당수 안내판에서 로마자 표기법이나 띄어쓰기, 문장부호 오류 및 오탈자가 발견됐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경기전길의 영어 안내판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전주향교는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 명소가 됐다. 하지만 안내판에 적힌 영문 ‘Jeonju Hyang Gyo’(전주 향교)는 외국인들에겐 매우 난해한 단어다. 전주대 팀은 “공자가 창시한 유학을 가르치던 지방교육기관인 향교라는 뜻을 담아 ‘Jeonjuhyanggyo Local Confucian School’(전주향교 로컬 컨퓨션 스쿨)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산사 역시 전주시 풍남문 앞 관광지도 안내판에는 ‘Keumsansa Temple’(금산사 템플)로 적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ㄱ, ㄷ, ㅂ은 모음 앞에서 g, d, b로 적는다’는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Geumsansa Temple’로 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 전주객사 입구 안내판의 ‘Chonbuk Jeon ju’(전북 전주)도 ‘Jeonbuk Jeonju’의 오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ㅈ’을 ch로 쓰면 ‘천북’과 ‘촌북’의 중간 정도로 읽혀 한글 발음 ‘전북’과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전주’는 고유명사여서 Jeon과 ju를 붙여서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어문규정을 따르면서도 외국인 눈높이에 맞춘 안내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세대 구인모(언어정보연구원) 교수는 “한국인의 발음은 알파벳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만큼 한국어 표기에 가까우면서도 발음하기 쉽고 객관적인 정보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