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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로 생산성 올려야

중앙일보 2016.06.10 00:03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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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노조 간 논란이 뜨겁다. 연봉제는 필요한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계 성인역량조사에 따르면 한국 공공부문의 역량은 나이 들수록 급격히 하락, 45세 이후엔 OECD 회원국 중 바닥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이 호봉에 따라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공공부문 종사자의 학습의지가 OECD 바닥권인 건 우연이 아니다. 심지어 임원이 되면 정년보장이 안 된다고 승진을 반기지 않는 현상마저 있다. 공공부문에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민간도 마찬가지다. 호봉제에선 나이 들수록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자연히 기업은 아예 호봉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직원, 즉 비정규직을 선호케 된다. 임금 근로자가 52세면 퇴직하고 고용의 3분의 1 이상이 비정규직인 배경을 들추면 호봉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성과를 평가받는 세상은 피곤하다. 그러나 고용과 투자가 저조해 생산성이 유일한 희망이 된 시대에 연봉제는 기회의 문을 열어 준다. 저성장이 고착화 되어 가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기회를 차버리면 되겠는가.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부작용 해소에 노력하는 것이 옳다.

공공부문의 성과측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위 직급일수록 더 어렵다. 하위 직급 경우엔 성과 대신 역량과 노력을 측정하자. 역량과 노력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간 같이 근무하면 개인의 역량과 노력은 드러난다. 계량화가 어려워 상사가 멋대로 평가할 것이란 걱정도 하는데, 이는 다면평가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다면평가도 친소에 따라 평가가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특이 평가자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예컨대 한 개인을 10명이 평가해 평균점수가 C라면, A를 주거나 F를 준 평가자는 제외하는 식이다. 실제로 부산시청은 지난해 이런 다면평가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추진과정에서 정부의 소통노력도 중요하다. 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연봉제가 도입되면 저성과자 퇴출제의 필요성은 크게 떨어진다. 또 공공부문 종사자 중 퇴출시켜야 할 정도의 문제 인물은 극소수이다. 퇴출제는 실익에 비해 논란이 큰 사안이니 연봉제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개혁에도 때가 있으니 연내 도입이라는 시한 설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적용 시점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어떨까. 그간 연봉제를 시행해 왔고 평가제도가 준비된 대부분의 기관은 내년 연봉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가제도를 대폭 개편해야 하는 기관은 바뀐 평가시스템에 따라 내년의 성과를 평가해 내후년 연봉부터 적용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평가 및 보수 제도의 성공에는 구성원의 수용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생산성 중심 성장을 위해, 조기퇴직과 비정규직 양산을 막기 위해, 성과연봉제는 꼭 성공해야 한다.

박 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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