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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고등어 구울 때 미세먼지는 유증기…폐 손상 걱정 안 해도 돼”

중앙일보 2016.06.09 00:42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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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첫돌을 맞는 딸을 키우는 휴직맘 심모(33·서울 용산구)씨는 가스레인지를 켤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고등어와 삼겹살을 구울 때마다 기준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초미세먼지가 배출된다는 기사를 접하고서다. 심씨는 “레인지후드를 작동시키고 창문을 열지만 혹시나 딸에게 해로울까 봐 굽는 요리는 되도록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미세먼지 유해성 어디까지


고등어와 삼겹살을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얼마나 해로울까. 전문가들은 양(量)과 질(質)을 모두 따져야 초미세먼지로 인한 인체 독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흡입독성연구센터장은 “고등어를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유증기(기름방울이 안개 형태로 공기 중에 떠 있는 상태)로, 이로 인한 폐 손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환기장치를 가동하지 않는 완전 밀폐 조건에서 고등어를 조리하면 주의보 발령 수준(90㎍/㎥)의 25.4배에 달하는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센터장은 “그럼에도 조리 시 창문을 열고 환기장치를 가동하면 초미세먼지 흡입을 최소화할 수 있어 이를 권하고 있다”며 “음식을 조리할 때 검은색 그을음이 날 정도로 태우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고등어 등 음식이 검게 탈 때 발생하는 그을음에는 이산화질소와 포름알데히드, 블랙카본 등이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포름알데히드와 블랙카본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유증기 형태의 초미세먼지보다 포름알데히드와 블랙카본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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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퓸(cooking fumes·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은 비흡연 여성 폐암의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국립암센터에서 200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폐암 수술을 받은 전체 환자(2948명) 중 여성은 831명(28.2%)이며, 여성 폐암 환자 가운데 730명(87.8%)이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폐암 환자의 성별 차이는 뚜렷하다. 우선 남성 폐암 환자는 1999~2013년 연평균 0.9%씩 줄고 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폐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99년 이후 연평균 1.6%씩 7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 흡연율이 높지 않은데도 폐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간접 흡연과 요리할 때 발생하는 쿠킹 퓸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박은영 국립암센터 발암원관리사업과장은 “비흡연 여성의 폐암 증가세는 각종 통계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라며 “주방에서 조리 과정 중 들이마시는 쿠킹 퓸을 발암 의심 물질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홍윤철(예방의학과) 교수는 “쿠킹 퓸과 여성 폐암 증가가 관련 있다는 강력한 의심은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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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와 폐암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해 내놓은 모노그래프(monograph) 119차 보고서를 통해 초미세먼지와 폐암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모노그래프는 50개국 1000여 명의 의학자가 참여해 만드는 일종의 암 종합보고서다. WHO는 아시아와 북미·유럽 등에서 진행된 각종 역학조사와 동물실험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WHO는 보고서 결론 부분에서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공기 오염은 세포 돌연변이를 촉진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역학조사로 확인된 미세먼지와 연관된 질병은 널리 알려진 호흡기질환을 비롯해 고혈압·우울증도 포함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미세먼지·이산화질소·일산화탄소와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유병률의 연관성을 분석해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토털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7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고혈압 발생률이 4.4% 높아졌다. 이산화질소가 10ppb 늘어나면 고혈압 발생률이 8% 상승했고 일산화탄소가 10ppb 증가하면 13% 높아졌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심혈관질환 관련성이 있다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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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와 질병 발병의 간접 증거는 충분히 확보돼 있으나 직접적인 증거 확보는 아직 더디다. 초미세먼지가 폐암·고혈압 등 질병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할 뿐 발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미세먼지 독성을 직접 실험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초미세먼지를 포집해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 수준일 경우를 가정하면 63빌딩 부피 정도의 공기를 포집해야 실험쥐 한 마리를 상대로 독성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는 초미세먼지가 지극히 미량이라는 얘기다. 이 센터장은 “연구실에서 미세먼지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방법 등 미세먼지의 인체 독성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증기(油烝氣·oil mist)

입자 크기 1~1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인 기름방울이 안개 형태로 공기 중에 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액체 상태의 식용유와 휘발유 등이 고열의 물체를 만나 기체로 변화하면서 만들어진다. 입자 크기가 작아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로 분류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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