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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수능 명문, 풍산·양서·세마고

중앙일보 2016.06.06 02:03 종합 1면 지면보기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옆에 있는 풍산고는 시내에서 차로 30여 분 떨어져 있는 시골 학교다. 이준설 풍산고 교감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워낙 촌에 있는 데다 성적도 낮아 안동에서 제일 기피하는 학교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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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풍산고는 2005년 수능에서 국·수·영 2등급 이내 우수 학생이 단 한 명, 비율로는 0.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매년 우수 학생 비율이 늘더니 지난해 수능에선 전체 학생의 절반 수준(49%)이 됐다.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와 특목고를 제외한 전국 1700여 개 고교 중 우수 학생 비율이 지난 11년간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이 바로 풍산고였다. 본지가 2005~2015년 수능 응시자 589여만 명의 성적 원자료를 분석해 우수 학생이 크게 늘어난 ‘신흥 명문고’를 찾아낸 결과다.

수능 11년 589만 명 분석
특목고 등 뺀 1700곳 중
국·수·영 1·2등급 최고 증가
지방 비평준화·자율고 많아


이처럼 ‘기피 학교’였던 풍산고의 변신은 2002년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자율학교는 일반고이지만 선발권과 수업 편성 등에서 학교 자율권이 확대된다. 재단은 재학생 전원이 머물 수 있는 기숙사를 짓고 장학금도 크게 늘렸다. 학생도 전국에서 모집했다. 하지만 이름 없는 학교에 오려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2003년 자율학교 지정 첫해 99명 정원 중 33명이 미달됐다.

교사들은 서울·수도권의 학교는 물론 학원까지 찾아다니며 “기숙사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다면 한 명이라도 추천해 달라. 명문고 못지않게 책임지고 가르치겠다”고 읍소했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오후 11시30분까지 공부했고 교사들도 밤늦도록 번갈아 가며 지도했다. 이후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학교”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도권에서도 우수 학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현재 풍산고는 경북에서 가장 성적이 뛰어난 일반고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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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분석 결과 풍산고에 이어 양서고(경기도 양평)와 2013년 첫 졸업생을 낸 세마고(경기도 오산)가 지난 11년간 우수 학생 비율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우수 학생 비율 상승 폭이 가장 큰 10개 학교는 대부분 농어촌 지역이나 중소도시에 위치한 일반고였다. 특히 10곳 중 4곳(세마고·청원고·와부고·포산고)은 자율형 공립고(자공고)다.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자공고는 일반고보다 수업 편성이 자유롭고 우수 교사를 초빙할 수 있는 권한이 큰 게 특징이다.

 최상위권의 다른 학교도 대부분 비평준화 지역에 있거나 자율학교로 지정돼 학생 수준에 맞춘 수업을 제공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등의 공통점이 있었다.

남윤서·백민경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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