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음식점 삼소는 점심시간에 뷔페를 운영한다. 매일 다른 7~10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사진 전민규 기자]
도심 파고드는 ‘공양’

조계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삼소’는 점심형 뷔페라는 콘셉트로 대중화에 성공한 사례다. 원래 ‘발우공양 콩’이라는 사찰음식점이었던 이곳은 지난해 7월 가격을 낮춘 뷔페식 사찰음식점으로 바꿔 재개장했다. 가격은 8000원.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각종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다. 뷔페 메뉴는 매일 다르다. 반찬은 7~10가지를 내놓는다. 점심시간과 저녁(오후 5시~8시30분) 시간에 제공되는 단품 메뉴도 있다. 능이메밀국수(9000원) 같은 저가 음식이 인기라고 한다.

인삼튀김과 올리브유에 볶은 토마토·단호박 등이 어우러진 사찰음식점 고상의 ‘온새미로’. 정갈한 플레이팅과 곁들여진 유자소스가 풍미를 더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지난해 담근 무짠지를 채썰어 만든 견지동 발우공양의 ‘무짠지 메밀국수’. [사진 전민규 기자]
서울 중구 수하동의 ‘고상’도 외국 관광객들의 취향 잡기에 나서고 있다. ‘1인 파인 다이닝’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모든 반찬을 개별 그릇에 담아 준다. 송수미 고상 대표는 “외국인들은 음식의 맛과 양 못지않게 시각적 만족이 중요하기 때문에 플레이팅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연잎연꽃잡채’라고 한다. 최근에는 ‘할랄’처럼 재료의 처리 방식에 민감한 이슬람 국가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고상은 지난해부터 육류가 들어간 ‘실크로드’ 메뉴도 만들었다. 감초·당귀 등을 우린 물에 삶은 돼지고기 수육이 주 메뉴다. 송 대표는 “워낙 육류를 찾는 손님이 많아 코스 메뉴로 내놓게 됐다”며 “대신 저염(低鹽)과 오신채 배제라는 기본 조리 방식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캐주얼 레스토랑 분위기의 방배동 마지 2층 실내 모습. 종교음식 전문가 과정 등이 열린다. [사진 마지]
이곳의 ‘대중화’ 시도는 또 있다. 도시락 메뉴다. 마지연밥도시락(8000~1만5000원), 묵은지 덮밥(7000원), 도담 두부 도시락(7000원) 등 다양하다. 김 대표는 “강남 지역에는 건강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주 5일 내내 도시락을 시켜 먹는 손님이 꽤 된다. 그래서 매일 다른 반찬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단체 수요가 늘어나 최근에는 케이터링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주로 학회나 강좌, 혹은 성당·교회에서 단체 주문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공연까지 선보이는 사찰음식점도 있다. 인사동 문화의거리에 있는 ‘산촌’은 매일 오후 8시부터 실내 중앙 27㎡ 무대에서 45분간 전통공연을 펼친다. 무용수들이 나와 승무·바라·부채·북춤을 연이어 선보인다. 공연 마지막엔 무용수들이 손님들에게 꽹과리·소고 등을 쥐여 주고 무대를 돌기도 한다. 산촌을 운영하는 정산 스님은 “음식점을 찾는 손님의 70%가 외국인”이라며 “한국 사찰음식과 함께 전통 문화도 알리기 위해 무용 공연을 37년 동안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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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찰음식점은 사찰이 직영하거나 불교 신자들이 운영했다. 하지만 건강식으로 대중화를 꾀하면서 일반인이 문을 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김윤진 마지 대표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수학 강사로 일하다 대학원에서 불교 윤리와 음식을 공부한 계기로 사찰음식점을 열었다. 송수미 고상 대표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들에게 먹일 음식을 찾다가 이렇게 사찰음식점까지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가 없다.
음식상식 ‘발우’ 중 가장 작은 건 아귀에게 공양하는 ‘시식 발우’
승려의 식기인 ‘발우’는 4~5개로 짝을 이룬다.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가장 큰 발우는 ‘어시 발우’ 또는 ‘불(佛) 발우’라고 부르며 밥을 담는다. 다음 크기는 ‘국 발우’ ‘천수 발우’ ‘반찬 발우’ 순이다. 5개로 이뤄진 발우 중 가장 작은 발우는 지옥·아귀·아수라에게 공양하기 위한 ‘시식 발우’다. 가장 큰 밥그릇에 나머지가 크기대로 차곡차곡 들어간다.
승려의 식기인 ‘발우’는 4~5개로 짝을 이룬다.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가장 큰 발우는 ‘어시 발우’ 또는 ‘불(佛) 발우’라고 부르며 밥을 담는다. 다음 크기는 ‘국 발우’ ‘천수 발우’ ‘반찬 발우’ 순이다. 5개로 이뤄진 발우 중 가장 작은 발우는 지옥·아귀·아수라에게 공양하기 위한 ‘시식 발우’다. 가장 큰 밥그릇에 나머지가 크기대로 차곡차곡 들어간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