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르지 않는 샘 두산, 이번엔 안규영 깜짝투

중앙일보 2016.06.05 20:57
기사 이미지

안규영 선수

두산 화수분의 끝은 어디일까. 이번엔 프로 6년차 우완 안규영(28)이 툭하고 튀어나왔다. 올 시즌 첫 등판에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5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셋업맨 정재훈과 마무리 이현승을 모두 등판시키 어렵다"고 했다. 정재훈은 지난 2일 NC전부터 3경기 연속 등판했고, 이현승은 3일 경기 뒤 허벅지 통증을 느껴 전날 경기에서도 던지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두산은 이날 민병헌과 김재호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김인태와 류지혁이 선발로 투입됐다.

가장 중요한 선발도 2군에서 올라온 안규영이었다. 안규영의 올 시즌 퓨처스(2군)리그 성적은 3승 3패 평균자책점 5.13. 1군 마운드에 오른 건 2013년 7월 26일 잠실 LG전 이후 1045일만이었다. 하필 상대는 SK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이닝은 모르겠지만 2군에서도 선발로 나섰다. 기본적인 투구수를 채울 것"이라고 했다.
기사 이미지

안규영 선수

안규영은 1회 2사 뒤 최정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정의윤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박재상이 삼진을 당하면서 2루로 뛰던 이재원까지 잡아내면서 고비를 넘겼다. 타자를 압도하는 공은 아니었지만 볼넷이 하나도 없을 만큼 제구력이 안정적이었다.

직구(최고 145㎞·44개) 위주로 카운트를 잡으면서 포크(24개)와 슬라이더(18개)를 던져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타자들도 초반부터 점수를 내며 안규영을 도왔다. 1회 허경민·정수빈·에반스의 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2점을 뽑았고, 2회에는 2사 1루에서 허경민이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SK의 수비 불안까지 이어지면서 두산은 3회 1점, 7회 3점을 추가했다.

7회까지 마운드에 오른 안규영은 선두타자 정의윤에게 안타를 준 뒤 진야곱과 교체됐다. 6이닝 7피안타·무실점. 프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안규영은 팀이 7-0으로 이기면서 데뷔 20경기만에 첫 첫 승을 따냈다. 진야곱은 3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두산은 3연승을 질주하며 2위 NC와 승차를 6경기로 유지했다. 김태형 감독은 "안규영의 첫 승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휘문고 출신 안규영은 경희대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0년 하계리그에서는 팀을 정상에 올리며 MVP에 올리기도 했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27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그는 1군에서 두 차례 선발등판을 포함해 6경기에 나갔다. 하지만 이후 2년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결국 2013시즌을 마치고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3년간 통산 성적은 19경기(4선발) 2패1홀드 평균자책점 7.99. 하지만 올 시즌 주어진 첫 1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따냈다. 안규영과의 1문1답.
선발 등판은 언제 알았나.
"그제 1군에 올라온다는 걸 들었다. 선발 통보는 어제 들었다. 2006년 6월, 고등학교 3학년 때 청룡기 8강에서 안산공고 김광현과 맞대결을 한 게 생각났다. 그때 2-3으로 졌던 걸로 기억한다. 오늘 선발이 김광현(6이닝 8안타 4실점·3자책)이라 꼭 이기고 싶었다. 잘 던진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생각도 많이 났다. 예전엔 '못 하면 2군 가겠지'란 생각으로 했는데 오늘은 편하게 했다."
2군에서 힘들었겠다.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마무리 훈련, 스프링캠프를 가서 2군에서 두 달 동안 지냈는데 코치님들이 잘 이끌어줘서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선발 포수가 박세혁이라 편했겠다.
"군대 가기 전 1군 선발 등판에서도 세혁이와 호흡을 맞췄고, 군대에서도 2년간 같이 뛰어 마음이 편했다."

박세혁은 "선발 대진상 저쪽이 쫓기니 편하게 던지자고 했다. SK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테니 변화구를 많이 던졌고 상대가 따라나왔다. 스플리터와 서클체인지업을 많이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차전에서 상대 타선의 감이 떨어진 것 같아 공격적으로 나간 게 주효했다. 3일 승리를 따낸 (고)원준 형도 그렇고, 규영이 형도 상무에서 호흡을 맞춰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승리했을 때 누가 생각났나.
"집에 계신 부모님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승리의 기쁨을 알려드릴 수 있어 기뻤다.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던졌다. 야수들이 점수를 내줘서 편한 마음이 들었다."
휘문고선배인 정재훈에게 포크볼을 배웠다고 하던데.
"군대에서 친구인 용찬이랑 방을 같이 썼다. 용찬이도 포크볼을 잘 쓰니까 배웠고, 재훈이 형이 룸메이트라 조금씩 배웠다. 둘이 알려주는 게 달라서 내게 맞게 변형했다. 원래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껴서 포크볼처럼 틀어서 던진다. 그립은 똑같고 똑바로 던지면 포크, 틀어 던지면 체인지업이다.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연습을 많이 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마음이 편해졌나.
"대졸이라 친구들보다 4년이 늦었다. 군대를 생각해야 하니까 프로 초기에는 빨리 잘하려는 생각이 강했다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잠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