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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당장 성과 없다고 출산 정책 내팽개쳐선 안 돼”

중앙선데이 2016.06.05 01:12 482호 11면 지면보기

모리타 아키라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장은 “대학생 때 출산해도 졸업이 가능하고, 출산해도 취업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낳지 않을 권리도 권리다. ‘낳아라 낳아라’ 강제하면 인권 침해다. 왜 낳지 않으려 하는지, 국가는 그 요인을 제거해 출산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일본 전문가가 말하는 ‘저출산’ 해법

일본의 인구 문제 전문가인 모리타 아키라(森田朗·65)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소장이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저출산 대책의 성과는 곧바로 나오지 않으며 현재의 집권세력이 사라진 뒤인 30년이나 40년 뒤에도 성과가 나올까 말까”라고 했다. 정치인들이 조급증을 버리고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장관직 ‘1억총활약상’을 신설해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를 임명했다. ‘1억총활약 사회’는 ‘50년 뒤에도 인구 1억 명이 유지되고, 이들 모두가 활약하는 사회’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아베 경제정책)의 새로운 3개의 화살로 ▶강한 경제 ▶양육 지원을 통한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1.8명 달성 ▶고령자를 돌보기 위한 이직(離職·회사를 그만두는 것)률 제로를 내걸었다.



모리타 소장은 그러나 아베 정권을 포함한 역대 일본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50점을 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모리타 소장은 미래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민간 연구모임 ‘포럼 오래’(이사장 함승희)와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이 3일 도쿄에서 공동 주최한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초청됐다. 인터뷰는 심포지엄이 열린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의 정책연구대학원대학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일본의 저출산 경향은 60년 전에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대응은 1990년 1.57 쇼크(89년의 합계출산율이 1.57명을 기록) 이후인 95년에야 시작됐다.“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자가 늘어나 총인구가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출산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늦어졌다. 시골에선 아이들의 숫자가 크게 줄었지만 ‘도쿄 같은 곳엔 아직도 많겠지…’ 하는 식으로 생각했다. 2008년 총인구가 줄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일본은 한국보다도 출산율이 낮았지만 2015년엔 1.46명까지 회복해 한국의 1.24명보다 높다. 일본이 일찍 대비해 왔기 때문인가.“최근 몇 년 사이에 출산율이 올랐기 때문에 이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좋아지니 아이를 낳아 볼까’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단카이세대(團塊の世代·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로 1947~49년생)의 2세들이 이제 30대 중반 이후의 나이가 됐다. 이들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아이를 낳고 있기도 하다. 어떤 정책 때문에 출산율이 올랐다고 말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게 인구 문제의 어려움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건 일단 무엇이든 하자. 그렇게 하면 30년, 40년 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정책을 펴는 것이다.”



-아베 정권을 포함, 20년 동안 일본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점수로 평가하면.“정부가 꾸준히 노력은 해 왔지만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에 있어서 유럽 국가들만큼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50점도 주기 어렵다. 유럽은 대학교 교육비가 무료지만 일본의 경우엔 아직도 꽤 든다. 싱글 마더를 보는 시각 등에도 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 일본 내 평가는.“정치인들은 보통 ‘내년도 예산에 보육원 증설 예산을 퍼부으면 다음 선거전까지 아이가 늘어날 것’이란 발상을 한다. 하지만 인구의 메커니즘은 그런 게 아니다. 현재의 내각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 문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는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노력이 지속될 수 있느냐다. 정치인들은 성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으면 기다리지 않고 팽개치지 않느냐. 한국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래도 인구는 줄고 있다.“실제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는 합계출산율에 아이를 낳는 세대의 여성 수를 곱한 것이다. 여성의 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인구 규모를 줄지 않게 유지하려면 이론상으로 합계출산율이 2.07로 상승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합계출산율 목표를 1.8로, 인구 목표를 1억 명으로 내걸었는데.“1.8은 과학적 수치가 전혀 아니다. ‘여러분, 몇 명 정도의 아이를 갖고 싶습니까’라는 앙케트에 대한 답변의 평균이 1.8 정도다. 목표 수치로 한 번 내걸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달성되거나 근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1억 명 유지를 제시한 건 국민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것일 게다. 1억 명이라 해도 지금의 80% 정도다. 인구가 줄더라도 갑자기 줄지 않고 80% 선에서 밸런스를 맞춰 가면서 줄어야 한다는 취지다.”



-‘1억총활약 사회’ 추진을 위해 총리실 직속에 꾸려진 사무국에 후생노동성(우리의 보건복지부)과 경제산업성(우리의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고 에이스들이 투입됐다고 들었다. 보건복지부 인구정책과장과 서기관이 실무를 모두 챙겨야 하는 한국이 보기엔 부럽다.“사회보장은 큰돈이 들어가는 과제다. 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혁신’이 필요한데 각 부처의 인재들이 투입돼야 지혜가 나온다. 정부가 특정 정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의 바로미터는 어떤 조직을 만들고 어떤 인물을 그곳에 채우느냐다.”



-한국은 일본보다 출산율이 낮지만 일본만큼 적극적이진 않다.“젊은이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특히 갓 태어난 아이에겐 투표권이 없다. 반대로 고령자는 많고 그들의 투표율은 높다. 정치인으로선 고령자 정책을 만들어야 표를 모으기 쉽다. 따라서 입으론 여러 말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쓸 때는 표가 적은 이들을 위해 쓰기가 쉽지 않다. 권력의 기반이 매우 안정돼 있고 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우려하는 리더가 아니라면 표를 몰아주는 계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책 방향은 결혼 촉진을 위한 청년층 취업과 주택 마련 지원에 맞춰져 있다. 반면 일본은 보육시설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보육원이 모자란다’는 목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하는 사람이 줄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줄고 있어 아무리 보육원을 세워도 해결은 되지 않는다. 이미 한 명을 낳은 사람들 중엔 ‘형을 맡길 곳이 있어야 동생을 한 명 더 낳겠다’는 이도 물론 있겠지만 보육원을 늘려 입소를 기다리는 대기아동(2015년 현재 2만3000여 명으로 추정)을 줄인다고 해서 출산이 늘어날지는 말하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100조원 넘게 퍼부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돈을 얼마 투입하면 성과가 얼마 나온다고 말할 수 없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얘기로는 20대 전반기에 첫아이를 낳으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좋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초산 평균 연령은 일본의 경우 31세다. 20대 전반이라면 대학을 졸업해 막 취직을 하는 단계인데 그때 출산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대학생 때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졸업할 수 있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도 취직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어려운 얘기지만….”



-지방을 살리는 것도 저출산 대책으로 꼽히는데.“인구정책적으론 젊은이들을 지방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도쿄에 사는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은 지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산율이 낮은 건 결혼하지 않는 독신 여성들이 도시에 많이 몰리기 때문이다. 도쿄에 필적할 매력 있는 도시를 지방에 만드는 게 하나의 방향이다. 도시에선 주택가격이 비싸 결혼을 해도 살 집이 없고 살 집이 있어도 아이를 기를 공간은 없다. 셋째, 넷째를 낳기엔 코스트가 너무 높다.”



-출산율 높이기에 드는 사회적 비용도 크다. 다른 대안은 없나.“사회구조를 바꾸고 혁신해야 한다. 과도한 부분을 덜고 필요한 요소에 맞춰 전체 사회를 다운사이징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는데 모든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은 무리다. 특정 지역만 집약해 효율적으로 활성화하는 (공공기관과 병원·상점 등을 지역 중심가로 모으는 마을 축소를 일본 일부 지자체가 추진하는 것처럼) 정책도 필요할 거다. 거칠게 말하면 계속 성장할 것이란 생각을 버리고 효율적인 부분에 어떻게 집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이나 인구정책을 만들 때 가장 고려해야 하는 점은 뭔가.“모든 정책엔 플러스 면과 마이너스 면이 있다. 아이를 낳는 것이 본인에게 좋다는 인식을 만드는 게 좋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낳지 않을 권리도 권리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정부가 ‘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진출해야 하다’며 한 사람이 아이 5명을 낳도록 압박하자 반발이 거셌다. 강제적·직접적으로 압박한다면 권리 침해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의하도록 ‘어느 정도 돈이 있고 집이 있는’ 사람들이 아이를 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도쿄=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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