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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는 꽃, 실내를 빛내다

중앙선데이 2016.06.05 00:33 482호 24면 지면보기
동화 속에서 왕자가 무릎 꿇고 바치던 꽃다발을 거절한 공주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왜?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꽃다발을 받는 순간은 좋지만 일단 집에 들여놓으면 애물단지가 되는 게 현실이다. 꽃병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물도 갈아줘야 한다. 그렇게 애지중지해도 생화는 언젠간 시든다. 이걸 버리는 게 또 만만치가 않다. 종량제 봉투를 이용해야 하고, 이때 물 찌꺼기가 잔뜩 낀 꽃은 지저분한 쓰레기일 뿐이어서 만지는 것조차 꺼려진다.



무엇보다 꽃다발을 버릴 때의 순간이 싫다는 사람이 많다. 처음 꽃다발을 받았을 때의 기쁨마저 버려지는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진다는 얘기다. 드라이플라워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인 꽃을 곁에 두면서도 관리가 쉽다.


생화보다 인기 많아진 드라이플라워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서 꽃집 ‘라비에벨’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서지연(39?사진)씨는 “젊은 사람들의 실용적인 마인드가 드라이플라워의 인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생활수준이 높아져서 집에 꽃을 장식하되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선호한다”고 했다. ‘동네 꽃집’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 요즘, 거리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꽃집에서 드라이플라워 한 다발을 사두면 집에 가져갈 때까지 시들지 않고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씨는 “예전보다 색이 훨씬 다양해진 것도 드라이플라워의 인기 요인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전문 플로리스트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말린 꽃들은 생화의 싱싱함은 없지만 빛바랜 꽃잎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난다.



특히 시들지 않는 꽃으로 불리는 ‘프리저브드(preserved) 플라워’는 특수용액을 이용해 생화를 탈수시키고 그 위에 다양한 색을 입히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서씨는 “자연적으로 말린 드라이플라워보다 가격은 2~3배 비싸지만 일종의 방부 처리를 한 것이라 손으로 꽃을 만졌을 때 탄력도 있어서 부서짐이 덜하고 무엇보다 최상의 상태로 3년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드라이플라워 장미 한 묶음은 1만원.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한 묶음에 2~3만원이다. 동대문 쇼핑가에 위치한 덕분에 라비에벨에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사가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자격증이 필요할 만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고 용액의 색깔을 관리하는 일도 어려워서 중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붙인 석고 방향제도 판매율이 높다. 이 매장에는 드라이플라워와 생화의 비율이 7:3으로 구성돼 있다.

1 칸막이용 가리개에 종류별로 다양한 드라이플라워를 걸어두었다. 2 라벤다를 말려서 얇고 작은 병에 담고, 그 옆에 초록색 큰 잎을 둬서 벽면 하나를 그림처럼 장식했다. 3 디퓨저에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함께 꽂아두면 ‘향기 나는 꽃’을 매일 즐길 수 있다.

4 작은 새장 안에 드라이플라워를 담아 밋밋해보이는 실내 코너를 장식했다. 5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색과 질감, 탄력이 오래가는 게 특징이다.



안개꽃처럼 꽃송이 작은 꽃이 직접 만들기에 적당드라이플라워는 집에서 혼자 만들 수도 있다. 단, 건조가 잘 되는 품종이 따로 있다. 선물 받은 꽃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 말려보려 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는 꽃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일단 꽃송이가 크면 말리는 과정에서 공기 중 습도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썩기 쉽다. 미니 장미, 드라이 수국, 천일홍, 시네신스, 스타티스, 안개꽃 등 꽃송이가 작은 게 드라이플라워에 적당하다.



꽃을 말리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와 습도다. 서씨는 “최대한 습도가 낮고 햇빛이 닿지 않는 따뜻한 곳에서 거꾸로 매단 상태에서 말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햇빛을 받으면 꽃 색깔이 탁하게 바래기 때문이다. 건조과정에서 꽃다발을 묶을 때는 가지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얇아지므로 고무줄을 이용하는 게 좋다.



드라이플라워도 집에서 원하는 색을 입힐 수 있다. 전용 물감을 물에 풀고 그 안에 꽃을 담아두면 가지를 따라 꽃송이까지 물감 용액이 끌어 올려지는 원리다. 특히 안개꽃은 이 물감 용액에 잘 반응해서 주황·보라·빨강·분홍 등 원하는 색깔로 물들이기가 쉽다.



디퓨져에 꽂아 ‘향기나는 꽃’ 만들기도물속에 담아두지 않아도 되니까 꽃을 두는 장소가 훨씬 다양해진다. 빈티지한 느낌의 노끈으로 묶어 창가에 거꾸로 매달아두거나 넓적한 접시에 무심코 올린 후 식탁 또는 책상, 현관 앞 콘솔 위에 두어도 멋스럽다. 밋밋한 방문 앞에 붙여두면 실내 분위기가 한결 생기 있어 보인다. 비어 있는 액자에서 유리를 떼어내고 드라이플라워나 말린 잎을 붙여두면 훌륭한 장식물이 된다.



서씨는 “작은 새장에 넣어 실내 모서리에 놓아두면 발에 채이지 않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화원을 곁에 둘 수 있고, 요즘은 예쁜 음료수 병이 많아서 잘 씻어 건조시킨 병에 한두 가지를 꽂아 여러 병을 나란히 세워둬도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수직정원’을 응용한 방법도 있다. 칸막이 분리용 가리개를 세우고 그 벽면을 드라이플라워로 장식하는 방법이다.



향기에 민감해진 젊은이들에겐 디퓨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디퓨저 전용 스틱과 함께 드라이플라워 한두 가지를 꽂아두면 말 그대로 향기나는 꽃을 오래 감상할 수 있다. 디퓨저 용액에 담가두면 건조한 상태로 두는 것보다 수명은 단축되지만 지루해질 때쯤 다른 꽃으로 교체하는 정도라 큰 비용은 들지 않는다. 이 방법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꽃가지를 짧게 잘라 디퓨저 스틱 윗부분에 가는 철사로 묶어둘 수도 있다. 꽃이 용액에 닿지 않으면서 꽃봉오리를 감상할 수 있다. 특수 처리된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용액에 직접 닿아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서씨는 “지난 어버이날에는 프리저브드 카네이션을 꽂은 디퓨저가 많이 팔렸다”며 “오래가는 꽃과 향기를 동시에 선물한다는 점을 마음에 들어했다”고 말했다. ●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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