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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비만·우울도 사회적 전염성 지녀

중앙선데이 2016.06.05 00:30 482호 28면 지면보기
작년 이맘때 우리 사회는 사람이 사람을 피하는 낯설고 두려운 경험을 했다. 이른바 ‘메르스 사태’라 불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의 확산으로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사람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길 꺼렸다. 심지어 자식이 격리 병동에 누워 있는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비극도 있었다.



비록 메르스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컸지만 질병의 전염성을 알았기에 사회적 대응이 가능했다. 반면 비만이나 흡연은 적지 않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지만. 개인적 습관으로 치부되기 쉽기 때문에 사회적 대응이 어렵다. 그러나 비만이나 흡연도 질병처럼 사회적 전염성을 지닌다. 2007년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부부 중 한 명이 비만이면 배우자가 살찔 확률은 37%, 친한 친구가 비만이면 살찔 확률은 57%로 늘어났다. 또한 누군가 담배 피울 확률은 친한 사람이 흡연자일 때 60%로 증가됐다.


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한국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청소년 흡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 보고서에는 청소년이 흡연할 확률은 부모 모두 흡연자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 특히 친한 친구가 흡연자인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6.9배나 높았다. 이처럼 사회적 전염성은 친밀한 사이일수록 강하게 전파된다.



사람의 감정 역시 전염성을 지닌다. 하버드대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 교수 연구팀은 1만2000여 명의 사회 연결망 자료를 토대로 감정 전염이 어느 정도의 확률로 발생하는지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행복한 친구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행복할 확률은 약 25% 높아진 반면, 우울한 친구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우울할 확률은 무려 93%나 증가했다.



우리의 뇌는 장기 생존을 추구하는 본능으로 인해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공포·분노·고통과 같이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감정에 더욱 민감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 강하게 표출하고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 또한 더욱 빨리 알아차리게 된다. 이로 인해 부정적 감정은 단 한 명만 표출해도 잔잔한 물결처럼 퍼져 구성원 전체로 확산되는 이른바 ‘물결 효과’를 일으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누고, 특정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유도했다.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들 모르게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자를 투입한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갈등이 많았고 협력도 활발하지 않았다.



문제는 부정적 감정과 행동에 전염되면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 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은 무례함을 자주 경험한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례한 언행을 많이 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한국에서 진행된 ‘가정폭력의 세대 간 전이에 관한 연구’에서도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이 경험하지 않은 여성보다 자녀를 학대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무례함과 폭력의 피해자가 자신에게 고통을 준 행동을 전파하는 것이다.



부정적 전염의 유일한 백신은 의식적인 노력을 수반한 긍정적인 전염이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서도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주변에 행복감을 느끼는 친구들을 많이 두고 있었으며, 사회관계망의 중심에 서 있는 경향을 보였다. 육아 전문가들은 부부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부모의 행복에 전염된다고 조언한다. 환한 웃음은 그 자체로 가족과 친구에게 값진 선물이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부대표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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