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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쉴 곳은 여기, 내 집 뿐이네

중앙선데이 2016.06.05 00:18 482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어맨다 탤벗 역자: 김난령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가격: 1만8000원



매달 수많은 잡지가 집과 인테리어에 관한 소식을 싣는다. 누구 집이 얼마나 멋지게 꾸며져 있고 최신 인테리어 경향은 어떤 것인지 화려한 화보로 보여준다. 그런데, 뭔가 공허하다. 본질에 대한 탐구는 사라지고 변죽만 울리는 느낌이다. 도대체 좋은 집이란 어때야 하는 것인가.


『어바웃 해피니스』

영국과 호주에서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인 컨설턴트로 일한 저자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좋은 집’이라는 화두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다. 요약하자면, “집은 행복한 기억의 저장소”이어야 하고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저자의 주장을 생생하게 뒷받침해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다. 표지에 사진 찍은 사람 조셉 S. 로즈먼이라는 이름이 강조된 이유다.



15개의 화두를 깔끔한 15장의 작은 사진으로 설명한 것부터 눈에 띈다. 제목으로 뽑은 ‘행복에 대하여’를 비롯해 색·더불어 살기·쉼·편집·흐름·유머·조명·장소·기억·자연·질서·놀이·감각·즉흥성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혹은 안 하고 살았던, 집의 의미를 읽어내는 키워드들이다.



‘색’에 대한 코너를 보자. 저자는 1970년대 이후 우리가 재미있는 색상을 수용하는데 지나치게 몸을 사려왔다고 말한다. 인테리어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나머지 중간색, 회색, 흰색과 검은색에 너무 의존했다는 것이다.



“색을 사용하면 자신감이 생기며, 자기 자신과 가정에 대한 자신감은 행복으로 이끈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색 사용에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이제부터 이런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두자! 실패를 예상하지 말고 성공을 기대하자! 실험 정신을 가지고 색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40쪽)



저자는 뉴요커인 기슬랭 비냐스가 현관문을 선명한 오렌지색으로 칠한 덕분에 사람들이 그 집에 감각 있고 유머러스한 사람들이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공공건물을 하늘색으로 칠해 자신감과 활력 넘침을 보여준 인도의 콜카타시의 경우도 예로 든다. 진회색의 벽면에 파놓은 사각홀을 형광빛 연두로 칠한다거나 화장실 욕조를 연두와 보라의 보색대비로 처리한 사진들은 그런 설명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집은 공동 공간과 사적 공간이 섞여 있다. 공동 공간의 경우, “가족과 친구를 집 안의 특정 장소로 끌어들여 그들이 그곳에 오래 머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를 하거나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핫 존(hot zone)’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공동생활 공간을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두는 5가지는 바로 ‘PEACE’인데, 즉 프라이버시(Privacy)·오락(Entertainment)·분위기(Ambience)·안락함(Comfort)·인간공학(Ergonomics)을 말한다.



사적 공간의 대표적인 곳이 침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실에 신경 쓰느라 정작 숙면을 취해야 하는 침실을 꾸미는 데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매일 충분한 시간 숙면을 취하는 것이 봉급이 크게 오르는 것보다 행복감을 더 크게 느끼게 해준다는 분석도 나온 것을 보면, 침대 시트나 침실 카펫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날리는 두 가지 질문은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우리가 하루 한두 시간 밖에 지내지 않는 거실에는 500만원 짜리 소파를 선뜻 구입하면서(응답자의 70%), 온 가족이 식사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식탁 구입에는 61%가 80만원 짜리를 택한다.” “응답자의 30%가 ‘꿀 매트리스’ 구입에는 250만원이나 투자해놓고, 병원 침대에서나 쓰는 뻣뻣한 침대보로 덮어 효과를 반감시킨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여, 다시 집이다. 투기나 투자 대상이 아니라, 지치고 고단한 몸을 편히 뉘일 수 있는 곳. 가족들의 웃음이 항상 배어있는 곳. 그런 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집에 살아야 한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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