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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의 행운, 두근두근

중앙선데이 2016.06.05 00:12
또 안다 형 스무 살 무렵, 나는 모든 것을 안다는 동네 지식인 안다 형을 따라 낚시하러 간 적이 있다. 낚시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나를 옆에서 책이나 읽으라며 형이 데려간 것이었다. 형은 당시에도 이미 베테랑 낚시꾼처럼 낚시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어 보였다.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 미끼는 어떤 걸 쓰는 게 좋은지 형은 가르침에 열심이었는데 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날 형은 허탕을 쳤고 나는 제법 큰 물고기를 낚았다. 안다 형이 아는 체를 했다. 초심자의 행운이다.



초심자의 행운 초심자의 행운이란 것이 있다. 운동이든 도박이든 처음 하는 사람에게 깃드는 행운. 규칙도 제대로 모르는 초짜가 경기에서 이기고 도박에서 돈을 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회사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사람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사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초심자에게는 행운의 여신이 인큐베이팅이라도 하는 것일까? 그 분야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수습기간을 주고 멘토링을 하는 것일까?


김상득의 행복어사전

두근두근초짜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낯서니까 긴장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초짜는 모르니까 용감하다. 현재가 항상 최선은 아니지만 현재에는 관성이 있다. 문제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는 데에는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다. 그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유가. 초짜는 그 이유를 전혀 모르니까, 그런 이유들에 설득당한 적이 없으니까 문제를 제기한다. 초짜에게는 일종의 면책특권이 있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모르니까, 경험이 없으니까, 이야기해볼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초짜의 설렘이라는 게 있다. 두근거림, 흥분, 살아있다는 생동감. 그런 것들이 초심자의 얼굴을 생생하게 만든다.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눈을 반짝이게 하는데 그런 표정이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 행운의 여신의 마음을 흔들어 자신을 돕게 만든다. 행운을 끌어당긴다. 그러니까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이야말로 초심자의 행운이다.



타이밍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적응행운의 유효기간은 짧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 누구라도 영원히 초보자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유능한 사람일수록 환경에 적응이 빠르니까. 적응한다는 것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에, 문제라고 봤던 것에 그것의 변명을 듣고 핑계를 듣고 설득당하는 일이니까. 그것을 내면화하는 일이니까. 어느새 자신도 그 중후한 관행의 목소리를 갖게 되는 일이니까. 관행은 평화롭고 안정감이 있다. 무엇보다 그것은 예측 가능한 세계다.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면 낯선 상황을 피한다. 익숙한 사람만 만나고 능숙한 것들만 한다. 잘 알고 잘 하니까. 잘 아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고 잘 하는 것만 반복해서 한다. 그러는 사이 두근거림, 설렘, 가슴 뜀, 아름다운 불안, 창조적 긴장은 사라지고 평화로운 관행이 권위를 갖게 된다.



날마다 두근두근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무리 많이 연주를 해도 경험치가 쌓이거나 나아지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매 연주가 새롭고, 항상 떨리고 긴장돼요. 얼마 전에 했으니까 이번에는 편하게 할 수 있어, 이런 마음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바흐도 어제 연습을 많이 했다고 오늘 편안하고 더 쉽게 되고 그런 게 없어요. 매일 새롭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 시작하는 기분이고, 매일 새로운 한계에 부딪히고 그래요.”



미끼를 물었다몇 년 전 안다 형을 만났을 때 그는 지금도 낚시를 한다고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이나 휴일에 낚시를 간다고. 그 준비를 하느라 평일을 견딘다고. 그러면서 형은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 언젠가 너 나 따라 낚시 간 적 있었지. 그때 네가 제법 큰놈을 잡지 않았나? 내가 낚시를 처음 했을 때는 말이야, 그때 네가 잡았던 것보다 훨씬 큰 녀석을 잡았어. 월척이었지. 맞아, 초심자의 행운이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야, 월척은 나였던 거 같아. 낚시의 신이 던진 낚싯줄에 걸려든 물고기였던 것 같아. 내가 미끼를 물었던 거지. 어때? 이번 주말에 나 따라 낚시 안 갈래? ●



 



 



김상득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에 근무하며, 일상의 소소한 웃음과 느낌이 있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아내를 탐하다』『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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