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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존엄사 그리고 희망을 다룬 ‘미 비포 유’

중앙일보 2016.06.05 00:05
죽음을 준비하던 남자에게 여자가 물었다. “내 곁에서 그냥 살아 주면 안 되나요?” 남자의 대답은 무엇일까.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려는 전신 마비 환자 윌(샘 클라플린)과 그의 곁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만들어 주는 간병인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를 통해 존엄사 문제를 다룬 영화 ‘미 비포 유’(6월 1일 개봉, 테아 샤록 감독).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존엄사를 다루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며 삶의 새로운 변화와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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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 비포 유` 스틸컷]

떠나야 하는 남자

내 인생을 사랑하게 만든 단 한 사람

여행광(狂), 만능 스포츠맨,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남자 윌. 하고 싶은 것 하나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전혀 없이 매일 쳇바퀴 돌 듯이 살아도 그저 지금의 삶에만 만족하는 여자 루이자. 영화는 상반된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전신 마비 환자인 남자와 그를 안타까워하는 간병인 여자라는 단순 줄거리만 보면 흔하고 뻔한 신파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 ‘존엄사(尊嚴死)’라는, 가장 첨예한 이슈를 꺼내들며 ‘죽으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사이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어 간다.

윌은 불의의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후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통보한다. 6개월 뒤에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로 가서,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죽겠노라고. 누구의 도움 없이는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기본적인 욕구조차도 해결할 수 없는 그가 유일하게 자신의 판단과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죽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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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 비포 유` 스틸컷]

붙잡고 싶은 여자
생의 의지를 잃은 윌 앞에 운명처럼 루이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옆에서 살아 달라고 부탁한다. 윌은 루이자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결정을 되돌리지 않는다. 그저 살아만 있는 건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윌은 루이자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긴다. 자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루이자가 주도적으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영화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옳고 그르냐’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윌과 루이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윌과 루이자를 응원하게 되더라. 관객도 그들의 삶을 아름답게 바라봐 주길 바란다.” 테아 샤록 감독의 말처럼 영화를 보면 윌과 루이자를 있는 힘껏 응원하게 될 거다. 그들의 용기 있고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영화 ‘미 비포 유’는…
인생을 바꾼 믿기 힘든 사랑 이야기를 그린 동명 소설이 원작인 ‘미 비포 유’는 원작자인 조조 모예스 작가가 직접 각본을 썼고, 테아 샤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미국 TV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2011~, HBO),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앨런 테일러 감독)로 주목받은 에밀리아 클라크가 루이자 역을,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2011, 롭 마셜 감독) ‘헝거게임’ 시리즈(2012~2015)의 샘 클라플린이 윌을 연기한다.
상대의 행복을 존중하는 것, 그게 사랑이죠
원작자 겸 각본 맡은 조조 모예스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붙잡아야 할까,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놔줘야 할까’. 가슴 아픈 질문을 던지며 존엄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 『미 비포 유』(2013, 살림). 동명 영화 ‘미 비포 유’의 개봉을 앞두고 magazine M이 원작자이자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조조 모예스(47) 작가와 서면으로 만났다. 모예스 작가는 ‘미 비포 유’가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하는 이야기”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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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조 모예스 인스타그램]

영화 ‘미 비포 유’의 원작자이자 영화 각본을 맡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개봉이 매우 기다려진다. 내가 쓴 소설이 영화화되는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니까(웃음). 나뿐 아니라 감독과 출연진 모두 애정을 가지고 작업했다. 우리가 즐겁게 작업한 만큼 관객도 즐겁게 볼 거라 믿는다.”

소설을 각본으로 만드는 작업은 어땠나.
“굉장히 어려웠고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어떤 부분을 덜어야 할지 어떤 부분이 스토리텔링에 꼭 필요한지 파악하고, 원작과 동일한 톤을 유지해야 했으니까.”

상영 시간 110분 안에 이야기를 담기 위해 내용을 덜어 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단 한 장면도 빼기 싫어하는 작가라면 악몽이었겠지만, 새로운 걸 즐기는 나에게 각색은 순조로운 작업이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촬영장에서 새로운 대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제일 신나고 좋더라. 도전적인 과제를 얻고 그것을 풀어 갈 때 아드레날린이 샘솟는다.”

존엄사는 굉장히 민감한 이슈다.
“사지가 마비된 젊은 남자가 다시는 예전처럼 살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삶을 끝내 달라며 부모님을 설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솔직히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끝까지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봤다. ‘어떤 삶을 살지 결정하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삶을 충분히 즐기며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놓아주는 것과 붙잡는 것 중 어떤 게 더 큰 사랑일까.
“사랑은 일종의 이타심이다. 다른 사람의 소망과 행복을 내 것보다 우선시 하는 거지. 루이자의 결정이 사랑 아닐까. 루이자는 윌을 매우 사랑하지만, 윌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설령 그게 본인의 소망과는 다르더라도 말이다.”

‘미 비포 유’ 각본 작업을 다 끝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원작 소설과 등장인물들은 결코 날 떠난 적이 없다. 매일 생각했으니까. 아직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상황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잘 알고 있다. 작가에게 이런 경험은 매우 드물고 소중하다.”

당신 작품을 좋아하는 한국 팬이 많다.
“『미 비포 유』가 한국에서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영국 작은 마을에 사는 윌과 루이자에 대해,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독자가 이토록 큰 애정을 가져 주다니. 그래서 새삼 배운다. 비슷한 고민거리를 가지고 같은 걸 보면서 웃고 우는 우리는 모두 다 똑같은 것 같다. 한국 독자들에게 정말 고맙다 말하고 싶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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