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이런 한가한 재탕 정책으론 미세먼지 못 잡는다

중앙일보 2016.06.03 19:08 종합 26면 지면보기
정부는 3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특단의 대책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수준이다.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10기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 말고는 ‘제2차 수도권 대기개선대책(2015~2024)’ 등에 나왔던 기존 정책을 보완·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그나마 ‘전력 수급에 영향 미치지 않는 범위’라는 조건까지 달아 아쉬움이 크다.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기존 조기폐차 정책을 확대하고, 저공해차 지정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강화한 것이 그나마 제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예산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한·중 협력 강화와 미세먼지 예·경보제 강화,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 저감 대책 선진화 등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극히 중요한 사항이다. 그럼에도 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전망 및 대응 방안’의 내용을 재탕했을 뿐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한 새롭고 급박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기본계획(2015~2024)’의 목표인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미세먼지 농도 20㎍/㎥)를 원래 계획이던 2024년에서 3년 앞당겨 2021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한마디로 ‘특단의 대책’이나 ‘대책 강화’는 쏙 빠지고 기존의 목표만 조금 앞당기는 데 그쳤을 뿐이다. 오염원에 대한 정확한 현황파악과 원인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실효성이 의심 가는 대책을 나열하기만 한 것은 의사 진단도 없이 처방을 급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연 이런 대책으로 얼마만큼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사회적 비용과 고통의 분담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과감한 정책을 못 내놨고, 국민을 설득하거나 갈등을 조정할 장치도 제시하지 못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대기환경을 개선할 중장기 대책과 목표, 그리고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번 대책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여러 부처의 이해가 걸려 있는 정책을 조정하고 통합할 전문적인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고통이 심각한데도 대통령과 총리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일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관련 기술의 개발은 거대 환경산업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을 동원한 대책 수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책, 아무도 환경 비용을 물지 않는 대책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다. 정부는 보다 과감하고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대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나서고, 비전·전략·과학이 담긴 더욱 촘촘한 처방을 내놔야 미세먼지라는 고질병을 잡을 수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