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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B "또다른 김동현이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중앙일보 2016.06.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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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B가 UFC 199 대회를 이틀 앞두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김식 기자

누군가의 B로 살아간다는 것. 영원히 A의 그림자 아래에 있다는 뜻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동현B(27·부산 팀매드)는 그걸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틀 후 김동현B가 세상을 시끄럽게 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있게 준비하고 있었다.

김동현B는 오는 5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잉글우드 더 포럼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대회 UFC 199 라이트급(70kg) 경기에 출전한다. 상대는 폴로 레예스(31·멕시코)다. 2일 대회 공식 숙소인 로스앤젤레스 매리어트 맨하탄 비치 호텔에서 만난 김동현B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자신있게 상대와 싸울 일만 남았다. 빨리 옥타곤에 오르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11월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에서 UFC 데뷔전을 치렀다. 부상으로 빠진 임현규의 대체 선수로 웰터급(77kg) 경기에 나서 도미니크 스틸과 맞붙어 3라운드 KO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가 실질적인 김동현B의 UFC 데뷔전인 셈이다.
라이트급 경기를 치른다. 어떻게 준비했나?
“코어(몸통 중심)를 중심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원래 스파링 등 체육관 훈련을 많이 하는데 이번엔 근력 강화를 더 많이 했다. 그래야 강한 힘을 낼 수 있고 부상을 입을 확률이 낮아진다.”
원래 체급으로 돌아와 체중 감량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그제(5월 31일)까지 4kg 남았는데 계체량을 하루 앞둔 오늘은 2.6kg만 남았다. 식단 조절을 잘했다. 평소 잘 빠질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대회 일주일 전부터 감량을 하는데 가벼운 단백질류(계란)와 채소를 먹는다. 물을 많이 마셨는데 이제 물 섭취만 줄이면 계체량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첫 대회다. 환경, 시차 적응을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미국 와본 게 처음이다.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시차적응을 하며 익스트림 커투어짐에서 훈련했다. 시차 적응이 잘 된 것 같다. 전략 시뮬레이션 훈련에 중점을 뒀다.”
어떤 시뮬레이션을 했나.
“3개월 전에 경기가 잡혔고, 상대는 2개월 전에 정해졌다.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지난해 서울 대회는 (대체 선수로 참가하느라) 갑작스럽게 UFC와 계약하게 돼 정신이 없었다. 신나고 마음이 들떠서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케이지 위에 올라가서도 흥분 상태였다. 그때 한 번 경험했으니 이번엔 일정에 따라 잘 준비했다.”
어떤 게임 플랜을 세웠나.
“전략은 이미 세웠고,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에 대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펀치를 맞고 충격을 받았을 때, 그라운드에서 불리한 포지션이 됐을 때, 체력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졌을 때, 부상을 입었을 때 등 모든 변수를 생각하고 있다.”
UFC 데뷔전은 웰터급 도미니크 스틸과의 경기였다. 힘과 체격의 차이가 엄청났다. 당시 ‘체급 차이를 핑계로 대지 않겠다’고 했으나 코너 맥그리거의 사례를 봐도 데뷔전에서 체급 월장은 무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체격 차이보다는 준비기간이 짧았던 게 아쉬웠다.”
상대인 리예스를 어떻게 분석했나.
“타격 위주의 선수다. 종합 격투기는 서서 경기를 시작한다. 나도 타격으로 압박하겠다.”
미국 무대에 대한 부담감, 첫 승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
“부담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괜찮다,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빨리 싸우고 싶다.”
아시아 선수이기 때문에, 같은 체급이라고 해도 힘이 더 좋은 선수를 상대할 때 많은데.
“힘도 중요하고, 기술도 중요하지만 종합격투기에서는 기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더 간절하게 승리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다. 상대도 간절하겠지만 내가 기세에서만큼은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상대가 나를 쓰러뜨리지 않는 이상 뒷걸음질치진 않을 것이다. ”
UFC 1호 선수인 김동현(35)과 동명이인이다. 때문에 격투기 무대에서는 당신의 온전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김동현B’, ‘작동(작은 김동현)’으로 불린다.
“괜찮다. 오히려 이름 덕을 본다고 생각한다. 한국 최고의 종합격투기 선수와 이름이 같아서 이슈가 되니까…. 동현이 형이 없었으면 난 국내 격투기에 머물렀을 것이다. UFC 개척자인 동현이 형이 걸어간 길을 따라 나도 UFC에 왔다. ‘나도 동현이 형처럼 성공할 수 있겠구나’하는 꿈을 갖게 됐다. ‘라이트급에 김동현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세상에 김동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김동현B는 나 하나다.”


로스앤젤레스=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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