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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 논의 없지만, 7월을 주목해야

중앙일보 2016.06.03 03:07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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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 도중 시 주석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을 맞은 중국의 대접엔 세 가지 각별한 점이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수용과의 면담에서 “비핵화”나 “제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중·조(중국과 북한)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고도로’란 수식어를 썼다. 관영 CC-TV는 1일 저녁 메인뉴스 첫 머리에 이수용 일행의 방문을 다뤘다. 외관상 북·중 관계 정상화에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내달 북·중 상호원조조약 55주년
중국 인사 방북 땐 분위기 무르익어

남는 관심은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만남이 언제 이뤄질지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당장은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이수용의 방중이 김정은의 방중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단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55주년(7월 11일)과 한국전쟁 정전기념일(7월 27일)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오는 7월 중국 공산당의 상무위원급 인사가 북한에 들어가면 북·중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게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 김정은이 방중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과거의 전례도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북·중 관계가 오랫동안 냉각기였다가 99년 6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관계가 복원된 일이 있다. 당시 중국은 북한에 식량 15만t 지원 등을 약속했으며 그로부터 1년 뒤인 200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실제로 이번 이수용의 방중에서 관계 개선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는 중국의 식량 지원이 비중 있게 논의됐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식량 수요량은 연간 480만t 정도”라며 “매년 30만~40만t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색된 북·중 관계가 풀리게 되면 중국의 대북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얼굴 표정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온 시 주석이 이번에 활짝 웃는 낯으로 이수용을 만난 데 주목하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의 밝은 표정은 북한의 핵 개발 유예 및 도발 자제와 관련된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만족감의 표현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시 주석과 이수용의 면담(1일)을 하루 뒤인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수용이 “새로운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핵·경제’를 빼고 ‘새로운 병진노선’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핵’이란 글자를 뺀 것은 중국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반면 신화통신이 보도한 시 주석의 “유관 각방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하지 않았다.

김형구·전수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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