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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의 독자 금융제재 반대…대북 공조 흔들리나

중앙일보 2016.06.03 03:06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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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엘크하트의 콩코드커뮤니티고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엘크하트 AP=뉴시스]

중국 정부가 미국의 독자적 대북 금융 제재에 반대하면서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지된 국제 공조의 틀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 해외노동자 달러 송금 등 막혀
BDA 제재보다 효과 큰 금융폭탄
중국 금융사의 북 위장계좌도 겨냥
중 외교부 “안보리 통해 문제 해결을”
6일 미·중 전략대화 핵심이슈 될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을 접견하며 북한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순간 미국은 북한에 ‘금융 폭탄’을 던지며 초강경 제재로 맞받아쳤다. 미 재무부가 이날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금융 시장에 북한이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미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또 제3국 은행이 북한과 거래하는 게 드러나 재무부에 찍히면 미국 금융기관들이 해당 은행과 연결된 계좌를 닫아버려 달러 기반의 외환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고 싶다면 미국 은행들과는 거래가 끊길 것을 각오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중국은 그 어떤 국가도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나라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며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았다. 화 대변인은 “우리는 각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집행하고 이를 통해 조선(북한)이 핵·미사일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제한하거나 저지해야 한다고 여긴다. 동시에 각국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제재로 큰 효과를 거뒀다. 당시 재무부는 이 은행이 북한의 위조 달러 유통과 자금세탁에 이용되는 계좌를 갖고 있다고 밝혀 북한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은행들이 곧바로 거래 중단을 단행, 북한의 통치자금 2500만 달러(약 300억원)를 동결시켰다.

이번 자금세탁 우려대상국 지정은 제3국의 은행 한 곳이거나 북한의 특정 기업·기관이 아닌 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BDA 때를 능가할 수 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 북한 업체의 수출대금 회수 등 북한이 해외에서 버는 달러는 직접 갖고 들어가지 않는 한 은행을 거쳐야 한다. 이때 재무부가 북한이 이용하는 제3국의 은행을 찾아내 노출시키면 자금 통로가 끊긴다. 북한으로선 통치자금의 안정적 회수가 발등의 불이 됐다.

북한과 거래하는 해외 은행들이 대부분 중국에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 우려대상국 지정은 결국 중국의 금융기관들을 겨냥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숨은 목표는 북한이 중국 무역·제조업체 등으로 위장하거나 차명을 사용해 중국 금융기관에 튼 계좌다. 이들 계좌를 적발해내거나, 아니면 중국 금융기관들에 대북 거래의 위험 부담을 안겨 알아서 북한을 피하도록 유도하려는 시도다. 미국이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거래 중단 조치에 실제로 들어갈 경우 중국 정부는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대북제재 및 압박 공조를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이 북한 문제를 놓고 엇갈리면서 6~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핵이 남중국해 영유권, 무역 불균형 문제와 함께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베이징=채병건·신경진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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