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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세금 때문에…유커도 한국에선 골프장 안 간다

중앙일보 2016.06.03 02:42 종합 8면 지면보기
사람산업을 살리자 ① 벙커에 빠진 골프산업 <상> 일자리 사라진다 <하> 골프장을 가족놀이터로

| 사치산업 규제 55년째 중과세
개소세 중국 0원, 한국 1만2000원
재산세율은 일반기업의 최고 57배
개발 묶인 땅에도 종부세 따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0만 명, 한 해 동안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1400만 명이다. 외국인을 마주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지만 유독 골프장에선 그렇지 않다. 여행업계에서 패키지 상품에 골프장을 포함시키길 꺼리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워낙 요금이 비싸고 세금 비중이 커서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다”며 “개별소비세가 없는 제주도에서 일부 상품을 판매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골프장의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도 2018년 폐지된다. 원래 지난해가 시한이었으나 제주도의 반발에 2017년까지만 한시적으로 75% 감면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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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경영 환경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세금’이다. 한국 골프장은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세금을 낸다. 취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다. 그런데 회원제 골프장은 항목마다 중과세 대상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재산세율은 4%. 일반 기업의 재산세율(0.07%~0.4%)과 비교하면 10배에서 최대 57배 많다. 도박장·유흥주점과 비슷하다.

박정호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은 “이익과 무관하게 매년 20억~40억원가량을 재산세로 낸다”며 “골프장에서 땅은 생산시설인데 그걸 보유했다는 이유로 중과세를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형보전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2%)도 따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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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보전지는 골프장을 지을 때 부지의 20% 이상 반드시 보유하도록 한 땅이다. 최소한의 땅은 원형을 유지해 환경을 보호하라는 취지다. 개발과 거래는 불가능하다. 박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보유하도록 강제해놓고 세금까지 내라는 건 명백한 이중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용객도 골프장에 갈 때마다 2만1120원(농특세·부가가치세·교육세 포함)의 입장세를 낸다. 개별소비세(1만2000원)가 가장 크다. 미국과 중국 골프장엔 개별소비세가 없다. 일본은 대략 800엔(약 8500원)의 입장세를 받는데 이 역시 아베 신조 총리가 폐지 방침을 밝힌 후 논란이 뜨겁다. 여기에 3000원의 체육진흥기금이 추가된다.

| “경륜의 30배인 개소세 면제하면
일자리 등 경제효과 1조5550억원”
일각 “감세보다 퍼블릭 전환 먼저”


골프장에 고율의 세금을 물리기 시작한 건 50여 년 전이다. 사치스러운 운동,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개별소비세 역시 1961년 도입됐다. 이후 스키장 등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골프장은 카지노·경마 등과 함께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중 골프장의 개별소비세가 가장 비싸다. 내국인 카지노의 2배, 경마장의 12배, 경륜(경정)장의 30배다. 골프장 개별소비세(국세) 수입은 약 27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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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개별소비세 면제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 효과가 1조555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세무학회에 따르면 골프장의 재산세율을 4%에서 2%로 낮출 경우 1인당 세금이 2만6570원가량 줄어든다. 개별소비세 폐지 등과 맞물리면 1인당 이용요금을 5만원 이상 인하할 수 있고, 성수기에도 10만원 정도에 즐길 수 있는 ‘반값 골프장’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반론도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시행사들이 초기 건설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회원제를 선택해놓고 이제 와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2008년 정부가 서비스업 활성화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취득세와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줬는데 지방 회원제 골프장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회원제를 대중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시급하고, 세금은 그 다음에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뜻이다.

조광민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역시 “회원제 골프장에만 혜택을 주면 대중제 골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국내 회원제 골프장이 스스로 생존 방안을 찾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은 완고하다. 개별소비세를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나 재산세 등 지방세를 다루는 행정자치부나 ‘세금 인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골프 대중화라는 큰 틀에서 회원제 골프장의 세금 부담 완화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혜택만 보고 요금 인하에 미온적인 골프장이 없도록 관련 법에 규정을 만들거나 한시적으로 적용해 효과를 확인해보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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