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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실탄을 잔뜩 준비했지만…

중앙일보 2016.06.03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본선 4강전 2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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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보(66~85)=우상귀 67에 바로 젖힌 68은 약간 뜻밖이다. 두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검토진은 그냥 가만히 늘어두는 쪽이 흑을 조금이라도 더 괴롭히는 모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68로 젖히면 69로 맞끊어 거의 외길코스가 된다. 70으로 늘어 확실한 팻감 양산 설비를 구축해두고 72로 패를 결행하겠다는 게 이세돌의 계산. 이 패만큼은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안경을 벗고 물수건으로 눈언저리를 닦아낸 커제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73으로 패를 따내 응전태세를 갖춘다. 이 패의 공방에서 진다고 해도 그 대가로 큰 곳을 두 번 두면 충분하다는 게 커제의 판단. 우상귀도 패의 공방 중에 깨끗하게 정리될 테니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우상귀에 팻감공장을 만들어 실탄을 잔뜩 준비했는데도 이세돌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는다. 패를 양보해도 약간의 대가만 얻어내면 된다는 커제의 여유, 그 건너편에 이세돌의 고뇌가 있다(76, 82…△ / 79, 85…73).

커제는 ‘참고도’ 흑1, 3의 타협책도 있다. 이 정도의 바꿔치기라면 백도 타협에 응할 가능성이 있는데 문제는, 흑a의 팻감까지 받아줄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여기까지 받아주면 백도 우상귀 팻감공장 하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까.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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