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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장관까지 서울행…전방위 통상 압박

중앙일보 2016.06.03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양자회담 목적으로 방한, 2007년 이후 처음

| 미 대선 시즌…중국 향한 통상 압력 수위 높여
대북제재·환율 등 한국 관련 현안도 파급력 커
장승화 WTO 위원 연임 막는 태도 바뀔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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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 루

미국 정부 경제팀 수장인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2일 한국을 찾았다. 3일에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무장관 회담을 한다.

미 재무장관의 방문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2013년 취임한 루 장관의 한국행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처럼 양자 회담을 위해 찾은 건 2007년 3월 헨리 폴슨 장관이 마지막이었다. ‘해결사’의 방한 이후 당시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대북제재, 환율, 통상 등 이번에 ‘두루 논의할 현안’으로 꼽히는 사안도 하나같이 파급력이 큰 것들이다. 시기도 미묘하다. 대통령선거 시즌을 맞아 보호무역주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은 최근 중국 등을 향한 통상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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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은 한국으로도 튀는 조짐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루 장관의 방한 직전인 1일 법률 시장 개방, 규제 개선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행 폭과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했다. 공개 강연에서, 한국 관료들을 대거 초청한 자리에서 나온 이례적인 ‘작심 발언’이었다. 리퍼트 대사의 또 다른 메시지는 ‘중국 견제를 위한 공조’였다. 그는 “미국과 한국처럼 같은 지향점을 가진 나라들이 아시아의 경제 규칙을 수립하지 않으면 중국 같은 나라가 만들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루 장관의 방한이 예사롭지 않은 건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한국 방문 뒤 중국을 찾아 6~7일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한다. 연례적으로 열리는 회의지만 미국은 이번에 단단히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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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 관계자는 “루 장관이 중국에 시장 결정적인 환율정책과 과잉생산 문제 해결, 내수 확대를 위한 개혁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미국은 중국이 부실해진 국영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저가 제품을 수출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 기업까지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에 비해선 적은 규모지만 한국 역시 미국이 적자를 많이 보는 무역 상대국이다. 4월 미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도 중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에 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과 통상정책, 이행 부문에서 한국은 떳떳하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며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많이 내는 부분에 대해서도 미국 경제가 좋아 수입 수요가 늘었고 한국은 반대 이유로 수입은 물론 수출도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란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으로서도 미국에 협조를 요구할 사안이 많다.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과의 교역을 늘리는 문제의 관건도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도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이 연임 반대 입장을 천명해 논란이 된 장승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의 문제도 논의될지 주목된다. WTO 전 상소위원 13명이 지난 1일 “미국의 연임 반대는 WTO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성명을 내는 등 미국의 행보에 비판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장승화 위원의 연임을 주장하는 국가들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공석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미국도 부담을 느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도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미국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김민상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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