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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왜 이 회사 선택했나’가 포인트…포부 버무려 일관성 있게 써야

중앙일보 2016.06.02 00:08 경제 8면 지면보기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자소서의 조건 <하> 일반 기업

| 기업관련 정보, 직무 열정 보여줘야
취업난에 휩쓸려 온 느낌 줘선 안돼
‘동남아 여행 좋아한다’ 쓴 지원자
면접서 비행시간 대답 못해 감점


‘스펙 광풍’ 속에 자기소개서가 각광받게 된 것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지만, 사실 자기소개서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1996년 농심의 신입사원 입사 전형에서는 희곡 형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썼던 한 지원자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다. A4 용지 한 장에 자유롭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전형이었다. 이 지원자는 엄마와 나(지원자) 사이의 대화로 풀어낸 희곡 대본 형식의 짧은 자기소개서를 썼다. 건대입구 근처에서 식당을 하셨던 어머니의 일화와 라면과 관련된 본인의 에피소드, 앞으로의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은 심사를 하는 입장이 된 윤성학(45) 부장의 이야기다. 윤 부장은 본지에 “희곡이라는 형식을 통해 톡톡 튀는 감성과 읽는 맛은 살리면서, 왜 농심인지, 식품 기업에서 어떤 포부를 갖고 일하려 하는 지를 유기적으로 살리려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20년이 지났지만 이 이야기는 취업 준비생들의 귀에는 꽤 낯익게 들린다. 올 상반기 현대자동차가 출제한 신입사원 자기소개서 문항 ‘본인이 회사를 선택할 때의 기준은 무엇이고, 왜 현대차가 그 기준에 적합한가’라는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단순히 자신의 회사 선택 기준이나 현대차의 장점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취업난 속에 왜 현대차이고, 입사 후 어떤 계획이 있는지 판단하는 문항이라는 점을 알고 접근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이 관계자는 “취업난에 휩쓸려 단순히 대기업 입사만 바라고 우리 회사를 선택한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우리 회사인가-.’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자기소개서 문항을 통해 얻고자 하는 대답이다. 자기소개서의 문항이나 답변 작성 방식은 트렌드에 따라 달라지지만, 물어보는 의도는 비슷하다. 중앙일보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중 눈여겨 볼만한 자기소개서 유형 10가지를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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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LG그룹은 입사 후 10년 동안의 계획을 물었다. 롯데는 구체적인 회사 생활 시나리오와 이유를 적으라고 했다. 올해 지원자들 사이에서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10년 동안 시나리오를 짜라니 황당했다”, “선호 부서나 직무를 너무 특정하면 오히려 감점 받는 것 아니냐” 등의 우려가 쏟아졌다.

이에 롯데그룹 이경수 책임은 ‘일관된 흐름’을 강조했다. 그는 “롯데을 어떻게 알았고, 어떤 직무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등 맥락이 중요하다”며 “정작 많은 지원자들은 본인의 장점과 활약상만 나열하다가 ‘왜 롯데인지’는 안 쓰고 제출한다”고 귀띔했다.

업(業)의 특성을 강조하는 회사들도 많다. 최근 한류 화장품 열풍으로 인기가 높아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그렇다. 아름다움이 왜 필요한지 정의하고,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소명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는 질문이 꼭 나온다. 이 회사 경영이념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질문이다.

박성진 아모레퍼시픽 과장은 “개인의 역량과 자질 외에도 회사가 걸어온 역사와 철학이 개인적인 가치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자소서를 통해 살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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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에서도 올해 여행 업계의 상황을 분석하고, 하나투어가 직면할 위기·기회와 극복·활용방안을 제시하라는 문항이 나왔다. 경영학 이론 중 SWOT(기업의 환경을 강점·약점·기회·위협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기법을 떠올릴 수 있다. 하나투어가 대주주인 SM면세점에 대한 고려도 필수다.

정기윤 하나투어 총괄팀장은 “2016년은 에어비앤비·우버 같은 공유경제 기업이 경제의 전면에 등장하고, 해외 여행업체와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전환기”라며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은 물론 최근 오픈한 티마크그랜드호텔명동이나 SM면세점 등 신규 사업 이슈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패션업체 한섬은 ‘자유롭게 자신을 소개하라’는 질문을 냈다. ‘산으로 가기 쉬운’ 질문인 만큼 구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한다. 이 회사 조훈 대리는 “국내 대표 패션회사로서의 자부심이나 개인의 전문성, 입사 후 목표와 비전 등을 본인의 구체적 경험 위주로 쓰라”고 조언했다.

KT는 오디션 방식의 채용 전형이 있다. 1차 서류 전형을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어필하는 5분 오디션 형식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내가 오디션에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를 물어본 오디션 전형의 자기소개서는 직무에 대한 열정이나 관련 경험 등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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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공채에서는 지원자의 취미와 특기, 존경하는 인물을 묻는 문항이 관심을 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취미와 특기가 무엇인지는 합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원자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일 뿐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하진 않다”면서도 “오히려 자소서에서 과장되거나 거짓을 적을 경우 나중에 면접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 솔직하게 적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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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에서는 “방콕·홍콩 등 동남아 여행을 좋아한다”는 지원자 중 “비행기 시간이 몇 시간이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해 감점되는 사례가 있었다.

성장 과정에 대한 자기 소개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다. 인성을 살펴보는 질문으로 솔직함이 생명이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출제됐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성장 환경이 그 사람의 가치관 형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하에 던지는 질문이니 솔직하게 쓰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의 ‘정직함에 대해 쓰라’는 문항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쓰라는 조언이 있었다.

허정연·이현택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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