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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의 조언 “꼭 필요한 투자자엔 땅 공짜로라도 줘라”

중앙일보 2016.06.01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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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보다 3년 늦게 착공했지만 매립률이 70%로 새만금보다 3배 이상 빠른 인천 송도의 야경. [프리랜서 장정필], [중앙포토]


1987년 12월 10일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선 후보는 전북 군산에서 “새만금 사업을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해 임기(93년 2월) 내에 이룩하겠다”고 공약했다. 우여곡절 끝에 91년 방조제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뜬 새만금개발사업은 그러나 3년 늦은 94년 매립을 시작한 인천 송도국제도시보다 사업 진행 과정이나 속도가 더디다. 새만금의 부지 매립률은 5월 기준으로 19.5%. 송도(약 70%)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ICT 등 첨단산업 별도 세제 혜택
인천시 중심 컨트롤타워 제 역할
새만금보다 사업 3년 늦었지만
매립률 70% 인구 10만 명 돌파


부지 조성이 늦어지면서 전반적인 사업도 지연되고 있다. 새만금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1단계인 2020년까지 총 개발 면적의 72.7%를 개발하고, 2021년 이후인 2단계에 나머지 27.3%를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1단계 완료 시점을 4년 앞둔 현재까지 조성된 부지는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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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매년 감소하는 것도 사업이 주춤한 이유다. 2020년까지인 1단계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려면 매년 1조원 이상이 들어가야 하는데 올해 새만금 사업 예산은 지난해 7447억원보다 18% 감소한 609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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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것도 걸림돌이다. 새만금은 사업 부지 전체를 십자로로 연결하는 내부 간선도로를 지난해 11월에야 착공했다. 그나마 새만금 부지의 세로를 잇는 남북 2축 도로는 착공조차 못했다.

전문가들은 새만금개발사업이 앞으로 성공적인 송도국제도시를 롤 모델로 삼아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송도의 경우 컨트롤타워인 인천시를 중심으로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점에 주목한다. 송도는 인천시가 땅을 매립한 뒤 기반시설을 만들고 그 후 분양하는 구조여서 제대로 된 땅값을 부를 수 있다.

송도는 사업단지 조성과 분양에 탄력을 받으면서 SOC 사업도 착착 진행됐다. 인천시를 중심으로 한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면서 제1·2·3경인고속도로와 공항고속철도 등 사통팔달 교통망도 갖췄다. 송도는 지난 3월 현재 인구가 10만2459명이다. 2003년 인천 영종지구·청라지구와 함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뒤 13년 만에 글로벌 도시의 면모를 갖출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송도는 또 정보통신기술(ICT)·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 산업 분야는 별도 코드로 분류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투자자들의 환심을 샀다. 송도에 꼭 필요해 투자를 반드시 유치해야 할 기업이 있을 경우 내부 심의를 거쳐 땅값을 조성 원가 이하로 받기도 했다. 한기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사업본부장은 “꼭 필요한 투자자라면 공짜로라도 땅을 주고, 이익이 없는 산업이면 유치를 안 하거나 땅값을 비싸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새만금은 민간 투자자가 용지 조성과 개발까지 맡는 방식이라 투자자들의 주목을 못 받거나 외면받는다. 이달에만 국내 태양광 업체인 OCI와 삼성 등 2개 기업이 투자를 철회하면서 11조원의 민간 투자액이 증발한 이유 중 하나다. 삼성이 투자 철회 방침을 전북도에 전한 데 대해 31일 국민의당 정동영(전주병) 의원이 “투자 백지화 진실을 밝히고 투자계획을 철회하지 말라”고 촉구했지만 새만금 안팎에선 이미 늦었다는 분위기다.

인천시가 사업 전반을 주도하는 송도와 달리 새만금은 군산·김제·부안 등 3곳으로 나뉘어 있는 점도 문제다. 국가 산업단지라도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으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하혜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여러 지자체가 사업에 관여하면 개발 이후 민원 처리나 재정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새만금 행정구역 지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최경호·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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