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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당·군·기업소 배급받은 석유, 암시장으로 빼돌리기 다반사

온라인 중앙일보 2016.05.3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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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연유판매소(주유소)를 운영해 수익을 얻고 있다. 사진은 나선시에 위치한 연유판매소 모습. [사진 DPRK360]


북한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석유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대북 제재란 말만 나오면 북한 경제관료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3월 발표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 2270호는 인도적 필요· 민간항공기 귀국 목적을 제외한 대북 항공유 판매를 금지(제31조)시켰다. 하지만 민생용 석유 수입은 제재대상에서 빼 숨통을 터주었다.

군부대 훈련시간 속여 불법 유출
“유출만 막아도 공장 가동률 늘 것”
주유소, 평양 30개 등 전국 100개
돈주들은 러시아서 직접 밀수도


북한은 석유를 어떻게 수입하고 내부에서 유통시킬까. 북한은 석유 수입을 크게 공식과 비공식 부문으로 나눠 진행한다. 공식적으로 석유 수입은 송유관(조·중우호송유관)과 해상(서해안), 육상 등 3가지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비공식은 밀수를 의미한다. 서해·동해안의 주요 항구들과 내륙의 혜산·만포·무산 국경도시들에서 비합법적으로 이뤄진다(표 참조). 혜산임업기계공장에 근무하다 탈북한 김성진씨는 “밀수는 주로 석탄·철광석 등 지하자원을 제공하고 그 대금으로 석유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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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나홋카 등 극동 러시아 항구에서 중국 3000t급 선박을 빌려 석유를 밀수한다. 신흥부유층인 돈주는 직원을 나홋카로 파견해 전화로 통화하고 현지에서 석유를 구매해 동해의 청진항·선봉항 등으로 석유를 보낸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인터뷰한 탈북자 가운데 러시아 원유를 실은 선박 2~3척을 선봉항에서 발견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렇게 들여온 석유가 철저한 통제아래 유통된다. 유통구조는 상향식 계획, 하향식 배분이다. 북한 내각에서 석유를 담당하는 부처는 원유공업성이다. 원유공업성은 시·군, 도, 중앙기관 등을 통해 각급 기관 및 기업소, 군부대, 체육단체 등의 수요를 파악해 석유계획을 세운다. 이를 국가계획위원회(한국 기획재정부) 원유국에 제출하면 그 곳에서 석유계획을 검토해 노동당의 비준을 받아 계획을 확정한다.

국가계획위원회는 석유 수입을 허가증(수입와크)을 받은 무역회사 4곳에 할당한다. 무역회사 4곳은 ▶원유공업성의 삼마(60%) ▶노동당 39호실의 대흥지도국(15%) ▶인민무력부 산하 강성무역회사(20%) ▶4·25체육단이 운영하는 붉은별무역회사(5%)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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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회사들이 수입한 석유는 저장소인 연유창에 저장된다. 북한 사람들은 석유를 연유(휘발유·경유 등의 연료유라는 뜻)라고 부른다. 연유창은 백마·와우도·문천 등 3곳에 있다. 백마연유창은 북한 내에서 석유를 공급하는 핵심 기지다.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에 있으며 조·중우호송유관을 통해 중국에서 넘어 온 석유를 저장한다. 이 곳에서 유조열차와 유조차로 석유를 평양에 최우선으로 공급하며, 남포 근처에 있는 와우도연유창과 동해에 위치한 문천연유창을 통해 각각 서해안과 동해안에 배급한다.

무역회사들은 평양과 주요 도시에 직영 연유공급소(주유소)를 운영하며 수입금의 일부를 벌어들이고 있다. 김경술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시장의 돈을 회수하기 위해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북한의 주유소는 ▶원유공업성의 삼마주유소 60여개 ▶대흥지도국의 부흥주유소 20여개 ▶강성무역회사의 강성주유소 10여개 ▶붉은별무역회사의 붉은별주유소 5개 등 모두 100개 정도로 추정된다. 주유소는 평양에 30여개가 있고 나머지는 지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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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석유 배급도 공식·비공식으로 이뤄진다. 공식적으로는 연유창에 배급증을 제출하면서 받아가는 것이다. 비공식적으로는 공식 유통경로 과정에서 불법 유출하거나 불법적으로 밀수해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형태다. 북한에서 석유의 불법 유출은 각 기관마다 이뤄지고 있다. 석유를 배분받는 노동당·기업소·군부대·체육단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연유창에서도 불법 유출이 성행하고 있다. 주로 기관의 책임자들이 불법 유출을 주도하고 있다.

문천밸브공장에 근무했던 탈북민 최상진씨는 “북한의 각 기관마다 석유를 빼돌리는 것은 다반사며 특히 군부대에 석유가 상대적으로 많이 공급되는 만큼 훈련시간을 속이는 수법 등으로 더 많이 불법 유출된다”고 밝혔다. 최씨는 “불법 유출되는 석유만 제대로 사용돼도 공장·기업소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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