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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그늘…풀죽은 기업 체감경기

중앙일보 2016.05.31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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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회복세를 보였던 기업의 체감 경기가 다시 움츠러들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1로 전달과 같았다. 17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 지수는 2월에 63으로 저점을 찍은 뒤 3~4월에 두 달 연속 올랐지만 이달 들어 상승세가 멈췄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두 달째 오르던 제조업 BSI ‘스톱’
기업+소비자 심리 ESI도 내리막
고용 악영향…일용직 채용 14% 줄어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전자, 자동차 업종 등의 체감 경기가 호전됐음에도 조선업과 연관산업의 체감 경기가 나빠지며 전체 제조업 BSI가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조선·기타운수 업황BSI는 49로 전달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BSI와 소비자심리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이달에 92를 나타내며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기업과 소비자를 모두 포함한 민간의 경제 심리가 악화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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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향후 경기 전망도 나빠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600대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BSI의 6월 전망치는 94.8을 기록해 한 달 만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조사 땐 102.3으로 기준선 100을 넘으며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일었다. 하지만 6월 전망치는 내수·수출·투자·고용 등 모든 부문에서 100을 넘지 못하고 부진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내수 부진과 세계적 경기 침체가 일상화한 가운데 특히 ‘구조조정 후폭풍’으로 기업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수요 위축에 더해 구조조정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체감 경기는 한마디로 ‘불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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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경기가 좋지 않다고 느끼면 향후 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된다. 조선·해운업을 겨냥한 구조조정이 투자와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체감 경기를 악화시키고 이런 여파가 실물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구조조정으로 일부 기업이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면 기업의 투자 규모 등도 그만큼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며 “수출·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가뜩이나 기업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고용 시장의 충격이 우려된다. 이미 일자리 사정은 좋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4월 사업체 노동력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신규채용 인력은 6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70만9000명)보다 8.3%인 5만9000명 줄었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취업하는 임시일용직의 신규채용이 14.4%나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 신규 채용 인력과 동일 기업 내 사업장 간 전입자를 합친 입직자 수도 지난달 69만4000명에 머물러 1년 전(76만3000명)보다 9% 감소했다.

김도훈 전 산업연구원장은 “구조조정으로 기업이 유휴 설비를 정리하면 자연히 인력 감원도 시행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질 근로자의 대규모 실업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이나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에 대한 전직 지원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와 한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구조조정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조정 충격이 실물 경제로 전이될 경우 단기적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고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단기적 충격이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는 빌미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으로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지금은 이런 아픔을 감내하고서라도 구조조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시기”라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호재가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수치화한 지표다. 주요 업종의 경기 동향 및 전망을 파악하고 향후 대응책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기관들이 분기별이나 월별로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김준술·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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