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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서혜경 “모차르트의 기쁨과 슬픔, 노래하듯 연주했죠”

중앙일보 2016.05.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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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서혜경 [사진 스테이지원 제공]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음반을 발매했다. DG 레이블을 달고 유니버설 뮤직에서 나온 음반에는 협주곡 19ㆍ20ㆍ21ㆍ23번이 수록됐다.

피아니스트 서혜경
모차르트 음반 발매

레코딩 작업은 2013년 9월 런던의 블랙히스 홀에서 나흘동안 거행됐다. 파트너는 네빌 마리너가 지휘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모차르트 일대기를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의 음악을 맡았던 지휘자와 악단이다.

모차르트 협주곡은 서혜경의 연주 경력에서 뜻 깊다. 11세 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국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의 전신)과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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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서혜경 [사진 스테이지원 제공]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은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에 대해 “아이가 치기엔 쉽고, 어른이 치기엔 어렵다”고 했다. 일견 단순하고 경쾌해 보이지만 파고들수록 깊이가 남다른 모차르트 음악의 특성을 묘파한 말이다. 서혜경은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음반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슈나벨의 말을 인용하며 “이제 (연주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네빌 마리너는 90이 넘는 나이에도 단원들에게 부탁하듯 정중한 태도로 리허설했어요. 제 음악 해석을 존중해주셨죠. 잔소리가 없으셨어요. 마리너가 짜깁기 녹음을 좋아하지 않아 대부분 한 호흡으로 녹음했습니다.”

서혜경은 협주곡 19번은 순수한 소년처럼, 20번은 아버지 레오폴트가 콘스탄체와의 결혼을 반대했을 때 느꼈을 아픔을 담아서, 21번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23번은 노래하는 듯한 ‘로맨틱 피아노’의 감정을 담아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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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서혜경 [사진 스테이지원 제공]

“제 모차르트는 느려요. 세상을 살면서 할 말이 그만큼 많아져서죠.”

이날 서혜경은 세 곡을 직접 연주했다. 협주곡 20번의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우울한 모차르트 환상곡 K.397은 작곡가의 슬픔이 느껴졌다. 이어 스크랴빈 연습곡 Op.42-5는 특유의 어둡게 빛나는 분위기를 폭발적으로 표현했다. 리스트가 편곡한 모차르트 ‘아베 베룸 코르푸스’는 꿈 속을 거니는 듯 몽환적이었다.

서혜경은 자신을 “국제 콩쿠르 1세대”라 말한다. 1980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부조니 콩쿠르에서 일본의 기쿠치 루리코, 독일의 롤프 플라게와 1위 없는 공동 2위에 올랐다.

“요즘 후배 피아니스트들 정말 대견해요. 전 이탈리아가 어딘지도 모르고 갔고, 그곳 사람들도 우리나라가 어딘지 몰랐죠. 여자들이 무시당했던 시절이었어요. 우승자가 내정됐다는 소문도 있었죠. 결국 1등을 제게 안 주더군요.”

서혜경은 다음달 16일 김민이 지휘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와 모차르트 협주곡 20번과 21번을 협연한다. 이밖에도 이날 공연에서는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교향곡 25번 등 모두 모차르트의 곡들만 연주된다.

“김민 선생님은 젊은 마인드의 소유자이시죠. 실내악을 함께 했었고 제 스타일을 잘 아시는 분이라 기대됩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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