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쥐의 습격…호주 해안도시 '비상사태'

중앙일보 2016.05.26 11:12
기사 이미지
호주 해안의 한 관광도시가 10만 마리 이상의 박쥐떼의 습격을 받고 지역 전체가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약 300㎞ 떨어진 베이트만스 베이 주가 최근 지역을 점령한 박쥐 떼 때문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호주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주민들은 박쥐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 사실상 집안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또 박쥐 떼가 일으키는 소음과 먼지, 악취에 이어 정전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이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고 부동산 가격도 급락하는 등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다.

이 마을을 습격한 박쥐는 호주에 서식하는 박쥐 중 몸길이 25㎝ 안팎의 ‘회색머리 날여우 박쥐’(grey-headed flying fox)다. 지역정부는 호주 내 전체 개체수의 20~25%가 이 지역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마을에 사는 대니얼 스미스는 호주 스카이 TV에 “집 밖을 돌아다닐 수도, 창을 열 수도 없다”며 “계속해서 소음을 내기 때문에 집중이 안 돼 집 안에서 책을 볼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지역 정치인인 앤드루 콘스탄스는 “이건 자연재해다. 주민들로서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지역정부 대책팀도 “이렇게 많은 박쥐를 본 적이 없다”며 “전례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이들 박쥐는 계절을 바꿔 이동하는데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을 서식지로 삼기 시작했고 그 수가 갈수록 크게 늘어 최근의 상황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가 매년 커지고 있지만 이들 박쥐가 취약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어 당국이 함부로 죽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 대책팀은 박쥐들이 자리를 잡을 나무들을 베어내는 정도로 대처하고 있다. 이에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정부는 다른 곳에 서식처를 마련하기 위해 250만 호주달러(21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로 100만 호주달러(8억5000만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지 동물보호 단체들은 박쥐들이 준비됐을 때만 자발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현재로는 인내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