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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크레인과 이별하자”…말뫼 부활시킨 산업 물갈이

중앙일보 2016.05.26 02:45 종합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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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쿰스가 사용하던 크레인 만이 이곳이 과거 조선소 자리였다는 걸 짐작케 한다. [말뫼(스웨덴)=허정연 기자]


지난 9일 스웨덴 말뫼의 웨스턴하버 공원 잔디밭은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볐다. 공원은 유럽 최초의 친환경 주거단지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해변과 바로 맞닿는 이 공원은 2002년 한국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린 대형 크레인이 서 있던 곳이다.

‘말뫼의 눈물’ 그후 14년 르포
친환경?IT로 선제 구조조정
조선업 3만 명 실직했지만
200개 신생기업 6만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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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코쿰스 건물 앞 모습. 선박을 건조해 내리는 크레인이 설치돼있다. [사진 말뫼시]


조선업 몰락으로 크레인은 2002년 한국에 팔렸지만 말뫼시가 구조개혁을 준비한 것은 그 7년 전인 1995년부터다. 95년부터 2013년까지 말뫼시장을 역임한 일마 리팔루(73) 전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크레인과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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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코쿰스 공장 내부. [말뫼(스웨덴)=허정연 기자]


그는 제조업 중심이던 말뫼의 도시 비전(당시 1990~2015년 25년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했다. 더 이상 조선소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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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코쿰스 공장 내부. [말뫼(스웨덴)=허정연 기자]


95년 경영진과 노조·지방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6개월 동안 대안을 찾았다. 친환경·하이테크 등이 중심이 된 신산업을 도시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기로 3자가 합의했다. 97년 군용 잠수함 조선소가 폐쇄된 것을 거의 마지막으로 말뫼 조선업은 완전히 몰락했다. 하지만 구조개혁의 밑그림은 이미 마무리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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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토르소 주변 웨스턴하버 지역은 일자리 창출로 인한 인구 증가를 대비해 말뫼시가 조성한 친환경 주거단지가 자리한다. 새로운 도시계획은 제조업이 위기를 맞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시작됐다. [말뫼(스웨덴)=허정연 기자]


인재 육성을 위해 98년 말뫼대학을 개교했고, 2000년엔 말뫼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잇는 외레순대교도 개통했다. 전통적인 공업 도시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변화하기 위해 그 일환으로 웨스턴하버에 유럽 최초의 친환경 주거단지를 2001년 완공했다. 자체 생산한 청정에너지로 100% 자급자족이 가능한 단지라 유럽연합(EU)에서도 자금을 지원했다. 스웨덴 중앙정부도 2억5000만 크로나(약 355억원)를 친환경 뉴타운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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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코쿰스 공장터 뒤로 말뫼시의 새 상징물 터닝토르소가 보인다. [말뫼(스웨덴)=허정연 기자]


그리고 현대중공업에 코쿰스 크레인을 매각한 해인 2002년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인큐베이터 ‘밍크’가 문을 열었다.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로 선제적으로 준비한 결실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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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새로운 상징물이 된 친환경 건물 터닝토르소. [말뫼(스웨덴)=허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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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 난민 유입으로 13%로 높아지긴 했지만 90년대 22%에 달했던 실업률도 6~7%대까지 낮췄다. 현재 말뫼는 인구 절반이 35세 미만인 스웨덴 ‘최연소 도시’다. 193개국에서 첨단 일자리와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말뫼로 몰려오고 있다.

페아 안더슨 말뫼시 무역산업국장은 “말뫼가 조선업을 포기하면서 2만8000여 개의 일자리를 잃었지만 신재생에너지·정보기술(IT) 등 새 산업에 투자하면서 200여 신생기업과 6만3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말뫼(스웨덴)=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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