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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20대 국회서 국감 폐지시켜야”

중앙일보 2016.05.26 02:11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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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정감사 폐지론’이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부실 질의, 불성실 답변 등 지적
여야 3당은 다같이 부정적 입장
학계 “상시청문회 땐 국감 없애야”


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국회에서 연 퇴임 기자회견에서 “상시 청문회는 상임위 차원의 작은 청문회”라며 “20대 국회에선 국정감사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국감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상시 청문회 시행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후속 작업으로 국감 폐지를 제안한 것이다.

정 의장은 국감의 폐해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막말과 호통 ▶증인에게 제대로 질문조차 하지 않는 의원 ▶상임위에서 일어났던 얘기를 국감에서 재탕, 삼탕하는 경우 등을 열거했다. 그런 뒤 “국감을 1년에 한 번만 열다 보니 시의성도 떨어진다”며 “어떤 때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제스처를 언론에 노출하는 장으로 쓰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오히려 국감을 없애고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감 폐지’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장 여야 3당의 반대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대(對)행정부 통제의 핵심인 국감을 폐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 의장의 제안은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해 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반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국감은 나름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유지돼야 한다. 국감을 그대로 하고 상시 청문회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감 존치론을 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감 폐지는 상시 청문회가 활성화된다면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그런 논의를 할 단계가 아니다”고 경계했다.

반면 학계에선 상시 청문회가 실시될 경우 국감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쪽이다.

서울대 박원호(정치학) 교수는 “국감 폐지를 심도 있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고려대 이내영(정치외교학) 교수는 “상시 청문회가 국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자료 미제출, 위증, 국감 불출석 등에 대한 사항들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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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은 1948년 제헌헌법(제43조)에 명시되면서 시작됐다(49년 첫 실시). 이후 22년간 지속되다가 72년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체제가 출현하면서 사라졌다. 유신헌법에서 국정감사권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그 뒤 국감은 대통령 직선제와 국정감사권을 담은 87년 헌법에서 부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준비 부족과 피감기관들의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존치 여부가 계속 도마에 올랐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90년대 이후 국감은 국회의원에겐 ‘준비 부족’, 피감기관엔 ‘이번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불성실한 답변,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이어졌다”며 “짧은 기간(15일)에 많은 피감기관을 상대하다 보니 출석한 증인을 호통치고 자신의 발언만 일방적으로 쏟아낸 다음 답변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등 졸속과 구태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피감기관은 많을 때는 하루 60여 곳이나 됐고, 출석 증인 수가 하루 500여 명이나 된 적도 있다.

현일훈·안효성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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