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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되새겨”를 “반성의 마음”으로 번역한 일본어 통역

중앙일보 2016.05.26 02:05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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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일본) 히로시마(廣島) 방문은 전쟁에서 숨진 모든 이를 추도하고 ‘핵 없는 세계’의 비전을 재확인하며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히로시마 방문이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에게 사죄하기 위한 게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미 백악관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apology)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무기 사용 아무리 정당해도 비극
이를 되새겨 히로시마 가는 것”
오바마 “모든 희생자 추도” 발언도
미국 기자가 진주만 답방 의향 묻자
아베 “특별한 계획은 없다” 답변
대북 억지력·방위능력 강화 합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지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의 한 호텔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1시간5분 동안 정상회담을 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는 27일 G7 정상회의 종료 후 미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원폭 피해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그는 “무기를 사용하는 공격 대응에는 아무리 정당한 것이라고 확신을 하더라도 반드시 비극과 고통이 일어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이를 되새겨(reflect) 베트남을 방문했고 히로시마를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일본어 통역자는 영어 원문의 ‘이를 되새겨’를 ‘이런 반성의 마음(反省の氣持ち)’으로 번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전쟁은 양쪽 모두 고통을 받는 만큼 히로시마에 가는 것도 전쟁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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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부가 24일 도쿄 왕궁에서 아키히토 일왕 내외를 예방했다. 왼쪽부터 트뤼도 총리, 아키히토 일왕, 미치코 왕비, 소피 여사. [도쿄 AP=뉴시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국가의 정상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입은 국가의 정상이 함께 희생을 당한 시민들을 위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응해) 진주만을 방문할 생각이 있느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군무원이 지난주 일본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일본 법을 토대로 제대로 조사가 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력적인 범죄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존재하지만 이번 사건이 일본 사법제도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군무원이라 하더라도 일본의 사법제도하에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일본 총리로서 오키나와 사건에 대해 단호히 항의했다. 일본 국민의 감정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 및 방위능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남중국해의 평화와 항행의 자유, 상공 비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스스로 베트남·필리핀 등과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6~27일 이틀 일정의 G7 정상회의가 사실상 막을 올렸다. 미·일 정상회담은 당초 26일 개최가 유력했지만 미 군무원의 오키나와 여성 살해 사건에 대한 신속한 대응 차원에서 하루 앞당기게 됐다.

G7 정상들은 이후 채택할 공동선언에서 중국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군사 거점화 움직임에 대해 “현상 변경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선언은 아베 총리가 해양 안보에 대해 주창한 3원칙인 ‘법에 따른 주장’ ‘힘과 위압의 사용 금지’ ‘평화적 분쟁 해결’의 3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명기한다.

또 해양 분쟁을 둘러싼 국제사법 판단 존중 등 지난 4월의 G7 외무장관 회의에서 채택한 성명에 대한 지지 입장도 밝힌다. 이는 G7이 결속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올 들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선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비난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이세시마=1946년 전후 일본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승지다. 여러 형태의 섬과 반도가 얽혀 있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이세신궁 외에 진주 양식·이세 새우·해녀로 유명하다. 정상들 회의장과 숙소는 51년 전후 첫 서양식 리조트 호텔로 개업한 가시코지마의 시마관광호텔이다. 히로히토(裕仁) 일왕과 왕족들이 숙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정원엽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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