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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주포럼] “20대 아픔 함께 고민해야,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 무책임”

중앙일보 2016.05.26 01:21 종합 22면 지면보기

원희룡 제주지사 초청 신문콘서트

| “정치권이 미래 희망 줘야 하는데
밥그릇 싸움만 하니 민심 분노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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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본지 정강현 기자가 25일 제주포럼 메인 세션으로 열린 신문콘서트에서 ‘청년 세대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비를 맞으며 아파하는 청춘들에게 우산을 씌워 주면 가장 좋지만 그게 힘들면 함께 비를 맞으며 고민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여권의 대선 후보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030 세대와의 소통에 나섰다.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제주포럼의 메인 세션 중 하나인 ‘중앙일보 신문콘서트 2016’의 메인 게스트로 나선 것이다. 신문콘서트는 지난해 중앙일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행사로 2030 독자와 함께 신문이 다루는 주요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음악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신개념 토크 콘서트다.

‘청년 세대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열린 신문콘서트에서 원 지사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가벼운 차림으로 등장했다. 일자리·경제 등 어려운 소재를 유머를 곁들인 경쾌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대선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엔 “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국가 운영에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본지 청춘리포트팀장 정강현 기자는 “신문콘서트는 2030 세대 독자만 초대하는데 이번 제주도편에는 연령 구분 없이 모두 함께 청년 세대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이하 생략) 여소야대 정권이 탄생한 이번 총선을 두고 ‘2030 세대가 뿔이 났다’는 말이 나온다.
“일자리 문제로 아파하는 20대뿐 아니라 노후 걱정과 자녀의 독립 문제로 고통받는 50대 초반 유권자들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정치권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고 그게 안 되면 ‘미래에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라도 줘야 하는데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으니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정치인으로서 젊은 세대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구조적인 부분에서 출발한다. 20대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이고 50대 문제는 집인데 두 가지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50대는 지금까지 인생의 결과물이 ‘집’에 집중돼 있는데 가격이 떨어지면 노후가 불안해지고 오르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 사회가 이 문제를 안고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조적인 부분을 두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등의 설교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의 역할도 있을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2030 세대는 늘 아팠고 방황했다. 이 아픔을 오히려 젊음의 특권이라 생각하며 힘을 내야 한다. ‘수저론’을 언급하며 미리 포기하는 젊은 세대를 보면 답답한 마음도 든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훈시를 하는 게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열정을 발휘해 힘을 내고, 정치권은 그 열정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원 지사는 1964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82년 전국 수석으로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92년 사법고시도 수석 합격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 변방인 제주도 소년이 전국 수석을 차지하자 ‘원희룡군이 오후 3시에 서울대에 입학원서를 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릴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다. 사법고시 합격 후 짧은 검사 시절을 거친 뒤 2000년 16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대학입시부터 사법고시까지 ‘수석’의 길을 걸어 젊은 세대의 고민에 공감이 어려울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사법고시에 붙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소위 운동권 학생으로 10년을 지냈는데 고민이 많았고 방황을 하던 시기였다. 운동권으로 수배돼 도피생활을 할 때는 ‘희룡이가 한라산 백록담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았다. 하지만 당시 경험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고 기다려 준 부모님에게 감사한다. 당시 부모님처럼 기성 세대가 젊은 사람을 믿고 열정을 돋워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서 의외의 결정을 할 때가 많다. 사법고시 연수원을 좋은 성적으로 나와 판사가 아닌 검사가 됐다.
“판사로 하루 종일 서류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론 내 젊은 열정을 충분히 발산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운동권 경험이 있어선지 시키지도 않은 사명감에 불탔다. 당시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부패 척결이 이슈가 되던 시절이었는데 중심에 선 검사들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 직접 뛰며 무에서 유를 찾아나가는 데 흥미를 느꼈다.”

| 진보만 투쟁한다고 사회 안 변해
보수부터 개혁해야 대한민국 발전

 
운동권 출신이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으로 정계 입문한 것도 의외다.
“검사와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하고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생각이 바뀐 부분들이 있다. 젊을 때는 민주화만 생각하며 달렸는데 경제 성장을 포함한 국가 운영에 대한 것을 많이 고민했다. 한편으로는 진보만 열심히 투쟁한다고 사회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보수부터 개혁을 해야 대한민국 전체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치인 원희룡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원 지사는 3선(16~18대) 국회의원을 거치며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새누리당(전신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장하는 소장파 의원으로 주목받았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완주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하자 ‘50대 기수론’이 나왔고, 원 지사가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07년 대선 경선 어려움 속에도 완주했다.
“재벌의 기득권을 지키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보수 정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나서 보수 정당 안에도 서민들을 보듬어 주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 제주도는 나의 행정능력 시험대
충분한 지지 얻으면 대통령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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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콘서트’ 1부에서 열창한 가수 이정. 그는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갖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도지사 이후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제주도는 나에게 일종의 시험무대다.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입바른 소리는 잘했는데 현실적인 행정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보여 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후에는 국가 경영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충분한 지지를 얻고 기회가 된다면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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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과의 대화 코너도 이어졌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 걱정이 많다”는 박주희(30)씨의 질문에 원 지사는 “내 안에 용기와 열정이 가난과 실패를 감수할 만큼 크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원 지사의 등장에 앞서 1부에서는 제주도민이 된 가수 이정씨가 특별 게스트로 공연을 펼쳤다. ‘당신만이’ ‘날 울리지마’를 열창하자 행사장을 채운 150여 명의 관객이 열띤 환호로 호응했다. “이번 무대를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갖겠다”고 깜짝 선언을 한 이정씨는 “나 역시 30대로 계속 인생을 고민하고 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길이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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