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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변호사의 상인화’ 심해지는 법률시장

중앙일보 2016.05.26 00:26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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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근
변호사

며칠 전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e메일 공문을 하나 보내 왔다. 법조비리 척결을 위한 정책이나 방안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법조브로커, 연고주의 폐습, 전관비리, 고액 수임료 등 부정적 단어가 언론에 회자되는 요즘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법조브로커에 편승하는 사건 수임, 납득할 수 없는 과다수임료, 몰래 전화변론, 연고관계를 이용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집사 변호사 활동, 특정 이익에만 봉사하는 변호사, 불성실 변론 등 법조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고질적인 병폐와 잘못된 법조관행을 어떻게 하면 척결할 수 있을까.

법비 지탄 방지하려면
전문지식과 전문윤리 갖춰야
국민 눈높이서 보수 논의하고
전관들 연고 관계 공개해야


우리 모두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일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게 우선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생태계 전반을 교란시키는 악질 브로커를 발본색원하는 일이다. 법조계가 나서서 자기반성 차원에서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변호사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변호사는 상인인가, 아니면 사법기관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직업 변호사인 필자의 사무실에는 사업자등록증과 겸직허가서가 있다. 변호사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내는 법률서비스 제공업자다. 사업자등록증에 ‘업태: 서비스, 종목: 변호사’로 되어 있다. 반면 변호사 이외의 영리 목적 사업을 하거나 주식회사의 등기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회의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독립된 사법기관’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면성이 우리 변호사 제도의 특징이다. 양자 사이의 어디에 균형점을 찍어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다.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지만, 법률시장의 경쟁이 심해지고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로펌이 발전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변호사의 상인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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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이다.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전문윤리(professional ethics)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법조윤리를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법은 법일 수 없다.”(최대권) 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와 같다. 의사에게 칼을 쥐여 주고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국가가 부여하는데, 그 수술용 칼이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바탕은 바로 의료윤리다. 법조윤리도 같다. 변호사는 법률서비스업자이기 이전에 법을 다루는 ‘넓은 의미의 법관’이다. 법치주의 확산과 국민의 권익 보호에 봉사하는 변호사에게 법조윤리가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변호사가 ‘법비(法匪)’라고 지탄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이제 국민 눈높이에서 변호사 보수 적정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변호사 보수는 사적 자치에 맡겨져 있고 법적 규제는 없다. 과다 보수에 대한 분쟁이 생겼을 때 법원이 신의칙(信義則)을 잣대로 일부 무효라고 판결하는 것이 고작이다. 1982년 변호사법 개정 전에는 ‘변호사는 현저히 불상당(不相當)한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2000년 변호사법 개정 전에는 변협이 정한 ‘변호사 보수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적정 수임료 기준으로 기능했다. 공정위의 지적에 따라 변협 규칙은 폐지되고 말았다. 미국에서 변호사 보수의 ‘최저한’을 정한 규정은 독점규제법 위반이라는 판례가 있는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 보수의 기준과 ‘상한’을 규정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수임료를 어떻게 제안할지가 늘 고민이다. 변협의 기준이 국민들에게 공개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브로커와 법관의 만남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법관과 검사는 부적절한 외부인사 접촉을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법관과 검사는 맡겨진 직무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눈에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부와 변호인이 특별 연고관계가 있을 때 사건을 재배당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인터넷에 아예 연고관계를 개시(開示)하는 방안도 이제는 고려할 만하다. 고위급 전관변호사가 양산되는 인사제도도 고쳐야 한다. 평생법관제를 더욱 정착시키는 일, 검찰 간부의 연소화를 해소하는 일, 고위직 출신의 영리 목적 변호사 개업을 자제하는 전통을 정착시키는 일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법과 제도를 세밀하게 손질한다고 해도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국민을 위해 또는 국민을 대신해 법을 다루는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법조윤리가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법조인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법조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조윤리를 어떻게 다시 확립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공공성을 강화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프로보노(pro bono)에 앞장서며 ‘사회질서의 유지와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할 때에야 변호사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황정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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