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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차가는 핵폐기물 저장소 12년 안에 부지 정한다

중앙일보 2016.05.26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원자력 발전에 사용된 핵연료 폐기물을 저장할 장소가 2028년까지 선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시설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6월 공청회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7월 중 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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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안에 저장된 사용후 핵연료. 원통형 저장 방식 사일로(왼쪽)와 밀집형 맥스터(오른쪽).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안면도·굴업도·부안 반발로 실패
월성원전 보관소 2019년엔 포화
정부, 별도 시설 건설 서두르기로
국제 공동저장시설 이용도 검토

원자력 발전 뒤 남은 연료는 방사성이 강해 고준위 폐기물이라 부른다. 정부는 지난 1983년부터 안면도(1991년)·굴업도(94년)·부안(2004년) 등에서 고준위 폐기물 저장소 건설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고준위 폐기물은 지금까지 원전 내부의 저장시설에 보관됐지만, 2019년 월성 원전을 시작으로 포화상태가 된다. 원전 내부의 저장시설을 확대할 수 있지만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쉽지만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별도의 저장소 건설을 서두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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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폐기물은 방사성이 없어지기까지 30만 년이 걸린다. 경주시에 지난해부터 저장되고 있는 중·저준위 폐기물은 300년이면 안전한 상태로 돌아간다. 세계 최초로 고준위 폐기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핀란드는 설계 당시 빙하기까지 감안해야 했다. 그만큼 설계 비용과 보상액이 높아진다. 김경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준위 부지는 중·저준위보다 암반 균열이 적은 최적의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적합지역 배제와 공모, 주민의사 확인 과정이 포함된 부지 선정 기간만 12년을 잡았다. 중·저준위는 2004년 분리 추진 결정 뒤 1년 만에 부지를 선정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주민과 소통,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부지 조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정 기간을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안보다 길게 잡았다”고 말했다.

월성 원전의 부지 내 저장소가 2019년이면 가득 차고, 신월성 원전도 2038년 포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계획안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2035년에야 일부 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공모를 받아 부지를 1차로 선정하더라도 지질 조사 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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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동저장시설 이용도 다른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현재 호주가 사용 후 핵연료 국제공동저장 시설 건설을 위해 주민 동의를 받는 중이다. 호주 연방법이 개정돼 국제공동저장 시설이 마련되면 한국도 폐기물을 보낼 수 있다. 다만 호주 정부가 허용하더라도 고가의 사용료와 이동에 반대하는 국제 여론 때문에 차선책으로 고려되고 있다.

프랑스·영국·일본 등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국가에 비해 한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지난해 발효된 한·미 원자력 신협정으로 다른 방식의 재처리인 파이로 프로세싱을 적용할 수 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과 같이 폐기물을 그대로 저장해야 하는 핀란드·스웨덴·독일 등 유럽 국가는 부지를 이미 확보했거나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필수 전 국제원자력기구(IEAE) 방사선·수송·폐기물안전 국장은 “한국은 원전이 많은 편에 속하지만 고준위 폐기물 정책은 준비가 부족하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 올바른 정보를 전해 신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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