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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손 가까이서 발 가까이로 모터 위치가 바꿔온 핸들링의 진화

중앙일보 2016.05.26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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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되는 신차의 소개 기사를 보면 다소 생소한 단어가 등장한다. ‘랙 타입 파워 스티어링’이란 단어가 나오는가 하면, 더 복잡한 ‘벨트 방식 랙 타입 파워 스티어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

또 르노삼성차는 SM6에 ‘TRW’을 장착했고, 한국GM은 말리부에 ‘보쉬’가 만든 스티어링 시스템을 달았다고 강조한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향 장치’를 말한다.

제조사들이 부품 업체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이 스티어링 시스템의 제원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내 제조사가 스티어링 장치와 관련한 리콜을 실시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초창기 자동차는 바퀴와 운전대가 1:1로 결합한 모습이었다. 당시엔 운전자의 힘만으로 바퀴를 움직였다. 이후 1920년대 ‘유압’을 사용해 적은 힘으로 바퀴를 돌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1951년엔 크라이슬러 ‘임페리얼’ 모델을 통해 처음으로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이 등장한다.

최근 나오는 대부분 차량은 유압 장치 대신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주는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방식(Electric Power Steering, EPS 또는 Motor-Driven Power Steering, MDPS)을 사용한다. 엔진 효율성을 높이고, 구조가 간단해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자동주차 등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더욱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기본적으로 전기모터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방식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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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식 전동 스티어링

◆모터가 손 근처에:칼럼식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C-EPS 또는 C-MDPS)
최초의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에서 이 방식을 사용했다. 흔히 C-타입이라고 언급하는 칼럼식 시스템은 사실 경차를 위해 개발했다.

1980년대만 해도 경차에는 파워 스티어링 장치가 없었다. 차량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또 이런 기능이 없어도 타고 다닐 만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파워 스티어링이 장착되지 않으면 정지된 상태에서 운전대를 돌리기 어렵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이 힘겨워 한다. 이 때문에 정지상태에서 운전대를 쉽게 돌릴 수 있도록 와이퍼 모터를 운전대 안쪽에 장착했는데 이것이 칼럼식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의 시초다.

이 방식은 운전대와 연결된 금속 막대에 전기 모터를 장착한다. 구조가 간단해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다양한 차량에 달 수 있다. 바퀴 축을 작동하는 부품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부품의 활용 비율도 높아진다.

최초 방식은 칼럼식 전동 시스템
설치하기 쉬워 다양한 차량에 적용
조향시 이질감으로 랙 구동형 진화


하지만 운전대 바로 뒤쪽에 모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터의 작동 질감이 그대로 전달되는 단점도 있다. 특히 이 방식은 노면 상태에 따른 바퀴의 움직임이 바퀴의 축을 지나 운전대 축까지 이어진 뒤 모터로 전달된다.

또 모터는 운전자가 조작을 하면 다시 이를 운전대 축을 거쳐 관절 구조를 지나 바퀴 축으로 전달해야 한다. 큰 부하를 견디면서 동시에 여러 일을 해내야 한다.

이 때문에 운전자가 조향 과정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최근엔 구조적 한계를 기술력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모터의 구조와 제어, 감속하는 방법 등에 대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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랙 구동 전동 스티어링

◆모터가 바퀴 근처에:랙 구동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R-EPS 또는 R-MDPS)
이 장치는 모터의 위치가 바퀴와 가까울수록 좋다는 결론에 도달해 개발했다. 그만큼 모터의 부하도 적고 운전자가 느끼는 이질감도 적으며, 그만큼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감각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방식을 사용하려면 조향 장치의 전방위적인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제조업체 입장에서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된다.

조작감 자연스럽지만 가격 비싸져
자율주행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


랙 구동 시스템은 모터의 위치에 따라 다시 한번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먼저 ‘피니언’ 방식의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P-EPS or P-MDPS)은 칼럼 방식과 랙 구동 방식의 중간에 해당한다. 모터 위치가 운전대 축의 최하단에 위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터가 바퀴 축을 직접 구동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것만으로 모터의 부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이는 진동이나 소음 유입을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모터를 배치할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또한 모터의 관성력이나 지연 등 미세한 조작에 있어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을 만들기도 한다. 벤츠의 초기형 A-클래스와 B-클래스가 이러한 방식을 사용했다.

‘더블 피니언’ 시스템(DP-EPS 또는 DP-MDPS)은 바퀴 축을 작동시키는 피니언 기어가 2개다. P-EPS를 개발했는데도 한계를 보이자 아예 전기 모터를 떼어내 별도의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바퀴 축에 힘을 더하겠다는 개념으로 만들었다. 이런 방식은 운전대를 조작할 때 자연스러운 감각과 반응을 얻게 했다.

하지만 운전대 축과 전기 모터가 별도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따금 서로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하는 ‘간섭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방식은 폴크스바겐 5세대 골프와 아우디 2세대 A3가 도입한 적이 있다.

‘벨트 드라이브’ 시스템(BD-EPS 또는 BD-MDPS)은 가장 최근에 등장했다. 참고로 기존 방식들은 모두 모터에 기어를 맞물려 조향장치를 움직이는 형태였다. 반면 벨트 드라이브 시스템은 모터와 조향장치가 톱니를 가진 고무벨트에 연결된다. 고무벨트의 탄성 덕분에 소음을 줄일 수 있고 이질감도 감소한다. 감각적으로 한층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조향이 이뤄지는 이유다.

이 시스템은 스티어링 전문 제조사 ZF LS(현재 보쉬 자회사)가 고안했으며, BMW의 5세대 3시리즈(E90)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다양한 차종에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오토뷰=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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