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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무죄? 유죄?…판결로 보는 '화장실 엿보기'

JTBC 2016.05.25 22:03
[앵커]

오늘(25일) 팩트체크, 다루기가 조금 민망한 내용이긴 합니다. 술집 화장실에서 용변 보던 여성을 훔쳐본 남성에게 법원이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논란이 당연히 나오죠. '이게 어떻게 무죄냐', '그렇다면 화장실에서 당당하게 엿봐도 되는 거냐' 여러 댓글들이 달렸는데, 이 판결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그리고 이런 의문은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지 팩트체크에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최근에 이런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 몇 번 있었죠?

[기자]

이번 사건부터 해서 하나씩 정리해보면 지난해 7월이었습니다. 한 20대 여성 술집 근처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따라 들어온 33살 남성이 옆 칸에서 이를 훔쳐보다가 딱 걸렸습니다.

그래서 재판이 열렸는데 앞서 말씀하셨듯이, 1심에 이어서 최근 열린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겁니다.

지난 1월, 서울 북부지법에서도 비슷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요. 술집 화장실 따라들어가 용변 보는 여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20대 남성, 이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세번째는 2월에 있었던 판결인데요, 한 남자 대학생이 학교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역시 몰카를 찍다가 걸렸습니다. 춘천지법 이 학생에게 유죄를 내리면서 내린 형량은 벌금 400만 원이었습니다.

[앵커]

얼핏 비슷한 사건들인 것 같은데 판결은 달리 나왔네요.

[기자]

사건마다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일단 이런 사건에 적용되는 게 성폭력처벌법 12조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입니다.

이 법에서는 '공공장소'의 범위를 공중화장실이나 목욕탕, 체육시설의 탈의실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이 '공중화장실'의 범위가 문제입니다.

관련법에서는 '공중이 이용하도록 설치한 화장실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앞의 사건이 벌어진 곳이 술집 근처 상가에 있던 화장실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피고 측에선 "이게 술집 손님을 위한 화장실이지, 일반 공중이 이용하도록 한 게 아니다. 따라서 성폭력처벌법 상 얘기하는 공중화장실로 볼 수 없으니 무죄"라고 주장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반면 3번 사건의 경우, 대학에 설치된 여자화장실은 관련법상 공중화장실에 해당한다고 봐서 유죄가 선고된 겁니다.

[앵커]

이해가 안 가는 게 술집에 특정한 사람들이 가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나 갈 수 있으니까 그것도 공중이라고 볼 수 없는 건지 참 궁금한데… 그러면 2번 사건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역시 술집 아니었나요?

[기자]

네, 그런데 앞서와 달리 유죄가 선고됐죠.

저 경우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한 게 아니라 형법상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한 겁니다.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면 한 칸의 점유 관리자는 그 이용자가 되는데, 피의자 남성이 그 공간을 침입했기 때문에 유죄가 됐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검찰이 어떤 법을 적용해 기소하느냐에 따라 유·무죄 판결이 달라질 수 있었던 거죠.

[앵커]

두 번째 것은 침입이고, 첫 번째에 나온 건 침입이 아닌 건가요?

[기자]

검찰이 '건조물침입죄'로 적용을 하느냐 안하느냐, 아니면 성폭력처벌법을 적용을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겁니다.

침입은 어떤 경우에나 침입은 맞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무튼 이렇게 달리 나온 거군요. 그러면 현재 성폭력처벌법상으로는 술집 화장실에서 엿보거나 몰카를 찍는 경우 처벌할 근거가 없는 허점이 있다는 얘기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이원욱 의원 등이 성폭력처벌법 처벌 대상이 되는 공공장소 규정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화장실'이란 문구를 추가해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제대로 논의가 안 되다가 이번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적으로 폐기됐습니다.

법조계에서도 "현재 성폭력처벌법에 빈틈이 있어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정확한 입법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앵커]

술집 화장실, 상가 화장실이 많고 이런 경우가 얼마든지 또 발생할 수 있는데, 앞서 댓글에서도 봤지만 이게 이렇게 무죄가 나오면 '그래도 되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기자]

실제 인터넷 법률상담 사이트에서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옆 칸 훔쳐봐도 처벌할 수 없다'는 잘못 작성된 게시글을 보고 상습적으로 훔쳐보다 처벌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술집이나 상가 화장실이라 해도 이런 짓 하다가 걸리면 형법상 건조물 침입죄,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요.

그 밖의 이동화장실이나 간이화장실 등 다른 모든 화장실에서 엿보기하면 성폭력처벌법 적용을 받아 처벌은 물론이고, 신상정보도 공개되고 취업길까지 막힐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셔야겠습니다.

[앵커]

하여간 법적인 걸 다 떠나서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참 못나고 찌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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