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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48달러 스테이크, 9달러 아이스모카…‘평해튼’ 1%의 점심

중앙일보 2016.05.17 05:15 18면 지면보기

당대회 다녀온 외신들이 본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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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자들의 눈에 비친 2016년 평양은 ‘평해튼’(평양+맨해튼)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변했다. 삼태성 청량음료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평양 시민들. [사진 DPRK360, 뉴시스]


북한 상위 1%는 서울 상류층처럼 산다. 이들은 평양 주체탑 근처 독일 고급 레스토랑에서 1등급 스테이크(48달러)를 먹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고급 아파트에서 평면 TV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북한이 최근 폐막한 노동당 제7차대회에 참가했던 해외 기자들의 눈에 비친 2016년 평양의 모습이다.

여성은 엘르, 남성 아디다스 좋아해
스시·피자 즐기고 성형수술도 퍼져
“돈이 북한서 출세하는 새로운 방법”
김정은을 ‘김샤오핑’으로 부르기도


유럽 언론인들은 몇 년 전부터 과거와 달라진 평양의 이런 모습을 ‘평해튼’이라고 부른다. 평양과 뉴욕 맨해튼을 합성한 말이다. 이런 변화를 초래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빗대어 ‘김샤오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鄧小平)에서 따온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 ‘북한의 1%, 평해튼에서 운치 있는 삶은 즐기다’라는 제목의 르포기사를 보도했다. 북한의 1%는 돈주를 말한다. 이들은 당·군의 고위간부이거나 이들과 결탁한 장사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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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투피스 차림의 여성. [사진 DPRK360, 뉴시스]


WP는 북한의 젊은 1%는 해외 브랜드를 주로 입는다고 소개했다.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엘르이고 남자들은 아디다스와 나이키를 좋아한다. 유니클로· 자라· H&M 같은 브랜드도 들어와 있다. WP는 평양 커피숍의 커피 가격이 4~8달러(한화 4710~9420원)였고, 아이스모카 커피는 9달러(한화 1만590원)나 된다고 보도했다. 평양 주체탑 근처에는 독일 고급 레스토랑 외에 스시 바, 바베큐 전문 레스토랑, 피자 가게 등도 있었다.

WP는 “한국에서 일반화된 성형수술도 평양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쌍꺼풀 수술은 물론 코 수술도 한다. 쌍꺼풀 수술은 최소 50달러(한화 5만8800원)에서 많게는 200달러(한화 23만5000원)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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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자거리의 ‘이탈리아 삐짜’ 식당. [사진 DPRK360, 뉴시스]


WP는 기사 말미에 “북한에서는 이제 더 이상 가난을 공평하게 나누지 않는다”며 “평양에 유일한 게임이 있는데 그것은 자본주의”라고 적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 15일 평양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돈이 북한에서 출세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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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탑에 금빛재킷을 입고 모피 브로치로 치장한 스포츠 관리자의 차림. [사진 DPRK360, 뉴시스]


WP는 평해튼이 생긴 원인으로 돈주들이 2011년 12월 김정은이 들어서면서 돈을 벌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이 시장경제의 일부 요소를 도입해 개인의 경제활동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장려하기 위해 2012년 4월 내각을 ‘경제사령부’로 앞세우고 군부의 외화벌이 사업 중 무기 판매를 제외한 대부분을 내각으로 옮겼다.

김정은은 “군대가 너무 돈에 맛을 들였다.총과 총알은 당과 국가가 만들어 줄테니 군대는 싸움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군 경제’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내각 경제’가 확대됐다.

내각 경제는 박봉주 총리·노두철 부총리가 이끌었다. 이들은 당 제7차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으로 각각 승진했다. 내각책임제를 실질적으로 이끌 경제관료를 중용한 것이다. 이들이 당 대회에서 발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5개년 전략의 핵심은 전력문제 해결과 식량 자급자족이다. 김정은은 전력문제 해결이 5개년 전략 수행의 선결조건이며 “당에서 제시한 전력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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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당대회에서 전반적 경제사업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모든 경제부문이 내각의 통일적인 작전과 지휘에 따라 움직일 것을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는 경영 자율성 확대 및 인센티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실시와 농촌세대들의 개인 축산 발전 등을 독려했다.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는 2014년 5월에 이미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개혁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가 전면적으로 확립, 실시될 경우 북한 경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 조치는 공장·기업소에 가격·품목·판매 등의 자율권을 주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북한식 개혁을 위한 신호탄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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