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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화가 "조영남 그림 8년 그려줬다"···검찰, 조씨 압수수색

중앙일보 2016.05.17 02:30 종합 10면 지면보기
| 속초서 활동하는 화가 A씨 주장
“화투 그림 등 내가 90% 그려주면 조씨가 10% 덧칠하고 사인해 완성”
대작 요구 조씨 매니저 문자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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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 씨가 17일 모처에서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씨는 자신의 그림 대작 의혹에 대해 "작품 구매자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환불을 요청할 경우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6일 화가로 활동해 온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씨의 서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강원도 속초에서 활동하는 무명 화가 A씨(60)로부터 자신이 조씨의 그림 300여 점을 8년간 대신 그렸는데 그 작품들이 고가에 판매됐다는 제보를 입수함에 따라 압수수색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화투 그림을 중심으로 조씨 작품의 90% 정도를 내가 그려 주면 조씨가 나머지 10%를 덧칠하고 사인을 넣어 조씨의 작품으로 발표했다”며 “이런 방식으로 2009년부터 올 3월까지 300여 점의 그림을 조씨에게 그려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씨가 필요한 주제의 작품들을 의뢰하면 해당 작품을 똑같이 2~3점씩 또는 10~20점씩 그려서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예술가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림을 그리지 못하겠다’며 1년간 그림을 안 그려 준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A씨는 화투 그림을 주로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조씨의 매니저와 작품을 두고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하며 메시지 내용도 공개했다. 대화 내용에는 그림을 찍은 사진과 함께 ‘20호로 두 개 부탁드리겠습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A씨의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초기에 증거가 될 만한 것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조씨의 그림을 어디까지 A씨가 그렸고, 조씨는 또 어디까지 그렸는지, 팔린 그림이 A씨가 그린 것이 맞는지, 얼마에 판매됐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판매된 그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인사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기 혐의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속초지청 관계자는 “아직은 A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 (사기 혐의가) 확인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본인도 어떤 그림이 어떻게 팔려 나갔는지를 정확히 모르는 만큼 앞으로 (작품을 확보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남 “오리지널은 내가 그린 것…판화처럼 좋은 것 나누자는 개념”
검찰, 대작 고가 판매 여부 등 조사


조씨는 이날 본지와의 두 차례 전화 통화에서 “화가들은 조수를 다 쓴다. 저도 몇 명 있었는데 (A씨는) 그중에 한 명인데 먹고살 게 없으니까 최후의 방법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조수라는 건 내가 시간이 없으니 날 도와 주는 사람이다. 내가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조수다. 내가 먼저 그린 샘플을 주면 똑같이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샘플은 누가 그린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씨는 “오리지널은 내가 그린 것으로 내가 갖고 있다. 그걸 찍어 보내 주면 똑같이 그려서 다시 보내 준다. 그리고 내가 손을 다시 봐서 사인을 하면 내 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판화 개념도 있고 좋은 것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나눈다는 개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그린 그림이 얼마에 판매되느냐고 묻자 조씨는 “가격은 내 입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조수를 안 시키면 먹고살지 못하는 것 같아 먹고살게 해 주기 위해 쓸데없는 그림도 그리라고 했는데… 일을 저질렀네”라고 말했다. 조씨는 A씨에게 그림 한 장당 10만~2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에 따르면 조씨의 일부 작품은 그동안 수백만~수천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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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현지에서 28년간 화가로 활동하다 2008년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조만간 조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조씨는 17일 서울의 한 전시관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미술계의 한 인사는 “(조씨의 해명 발언이) 자기 작품에 대한 부정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복제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속초=박진호 기자, 서울=전익진 기자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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