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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애의 Hola! Cuba!] <16> 호텔보다 매력적인 까사

중앙일보 2016.05.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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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표식이 붙은 곳은 내국인 전용 까사다.




 
'Mi Casa, Su Casa' 쿠바의 민박집에 붙어 있는 표현이다. 까사(Casa)는 스페인어로 집이란 뜻이다. 직역하면 ‘내 집, 당신 집’이란 뜻, 즉 ‘내 집이 곧 당신 집이니 편안하게 쉬세요’와 같은 말이다. 쿠바를 찾는 일반 여행객은 대부분 호텔이 아닌 까사에서 묵는다. 까사에서 머무는 일은 쿠바를 경험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여행이다. 대체 까사가 무엇이기에?
 


쿠바만의 독특한 민박 혹은 하숙집, 까사(C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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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구에이에서 본 까사.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묻어난다.



까사는 ‘까사 빠르띠꿀라르(Casa Particular)’의 줄임말이다. 까사(Casa)는 ‘집’, 빠르띠꿀라르(Particular)는 ‘특정한, 특별한 또는 개인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집은 집인데 조금 특별한 집, 손님을 받고 영업을 할 수 있는 집이 까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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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가구와 장식품으로 채워진 까사 거실이 마치 박물관 전시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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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피아노가 까사의 나이를 말해 준다.

 
쿠바 정부가 개인에게 숙박업 허가를 내준 것은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1990년대 초 쿠바는 소련이 붕괴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쿠바로 여행객이 몰렸다. 1990년대 후반 쿠바를 찾는 여행객이 급증했고 쿠바 정부는 외화벌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하면서 다양한 관광 인프라 조성에 힘썼다. 호텔 객실이 부족해 가정집에서도 관광객을 받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것이 까사의 탄생 배경이다.
 


쿠바 까사의 묘미, 문화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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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시절부터 사용했다는 침대.



까사는 내국인용과 외국인용으로 구분된다. 대문 앞에 집 모양의 빨간색 표식이 붙어있으면 내국인용, 파란색 표식은 외국인용이다. 가격도 다르다(쿠바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각각 다른 화폐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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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리니다드에 있는 어느 까사의 주방. 따뜻하고 친근감이 묻어나는 주방이다.


 
까사마다 규모도 시설도 다르다. 외관이 낡았어도 안에는 에어컨, 냉장고, TV 등 있을 건 다 있다. 거실은 보통 여행자와 주인이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자 만남의 장이다. 식사가 끝나고 남는 시간에 나누는 쿠바 가족들과의 대화는 그들의 삶과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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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도자기가 장식된 까사 주방.


 
숙박요금은 정부가 책정하지만 식사 가격은 오롯이 주인이 결정한다. 그래서 간혹 여행자와 주인 사이에 음식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보통 아침과 저녁을 미리 예약하면 시간에 맞춰 식사를 내어준다. 주인의 음식 솜씨는 복불복이다. 웬만한 레스토랑 못지않게 차려내는 곳이 있는가하면 적잖이 실망하는 곳도 있다.
 


엄마 같은 까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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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를 위한 까사.



아바나의 베다도 지역에서는 까사에 묵었다. 피로가 누적된 것일까, 친구는 종일 열이 났다. 급기야 저녁도 먹지 못하고 방에서 앓아누웠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친구를 깨우러 까사 문을 두드리니 친절한 주인아줌마가 반갑게 맞아줬다. 오전 5시30분, 이른 시간이었지만 귀찮은 내색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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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데로에 있는 까사에서 먹은 아침밥.



 친구는 한층 밝은 표정으로 방에서 나왔고 다행히 제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어보니, 밤새 주인집 아줌마와 할머니, 딸이 번갈아가며 친구의 방을 살폈단다. 먹을 것도 만들어 책상머리에 올려 두고 약과 따뜻한 차까지 줬다는 주인아줌마 가족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까사는 그저 하룻밤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쿠바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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