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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의 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왜 꿀은 먹으면서 곤충은 안 먹죠?

중앙일보 2016.05.16 01:18 종합 20면 지면보기
요즘 TV를 통해 셰프들이 마치 연예인처럼 얼굴이 알려지고 있다. 잡지에서는 화려한 레스토랑과 멋진 음식에 여러 페이지를 할애한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에도 셰프가 상위권에 있다고 하니 외식업계 종사자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창의적으로 음식문화 바꾼 레네
한식도 오랜 관습에 질문 던져야

다만 이러한 화려함에 가려진 현실을 알게 된다면 몇이나 꿈을 지속할지 의심스럽다. 대부분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은 물론이고 고객과 건물주에게 ‘을’이 돼야 하는 게 서비스 업종이다. 대학 졸업생들조차 전공을 살리지 않고 다른 업계로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손이 많이 가고 생색이 별로 나지 않는 한식이야말로 가장 버티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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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업계는 자긍심을 갖기 어렵고 일하면 안 되는 몹쓸 분야라고 나는 말하는 것일까. 2년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노마’(덴마크 코펜하겐)의 레네 레제피(사진) 셰프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 ‘음식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연설하러 온 참이었다.

산 개미가 기어 다니는 접시를 내놓는 기이한 이 셰프는 이유를 묻는 나에게 “레몬이 나지 않는 덴마크에서 신맛이 필요해 개미를 이용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반문했다. “왜 꿀은 먹는데 곤충은 먹지 않지? 왜 꿀은 벌의 토사물임에도 불구하고 맛있다고 느껴질까?”

맹랑하지만 신선한 질문을 던진 레네 셰프는 세계 미식지도의 중심을 노르딕 문화권, 특히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옮겨 놓은 개혁자로 일컬어진다. 북구의 혹독하게 긴 겨울과 핍진한 자연환경 속에서 자국 농수산물을 바탕으로 과거의 식습관을 재평가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대 요리의 해답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2012년 미국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됐고 그의 레스토랑은 6개월치 예약이 밀려 있는 명소로 떠올랐다. 나아가 코펜하겐 관광객을 11%나 증가시키고 덴마크의 농·어업 수출 증대에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의 고백이었다.

“나는 하루 16~18시간 주방에서 일하며 몇 번이나 기절하곤 했다. 힘들었고 자고 싶었고 쉬고 싶었지만 내 안의 ‘열정’이 나를 자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의 ‘질문’이 나를 깨어 있게 했고 변화시켰으며 내 주위를, 코펜하겐을, 덴마크를, 또 세계를 변화시켰다. 바로 이 변화의 주역이 바로 나라는 것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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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
한식 레스토랑 ‘콩두’ 대표

한식 직업을 갖고 행복을 찾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발효음식이 많아 손이 많이 가고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배우기 어렵다. 게다가 특급 호텔마저 수익을 개선한다며 한식당부터 없애는 추세다. 그러나 한식의 진정한 제약은 이런 외부 조건보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관습적으로 내려온 것만을 정통으로 여긴다면 지금 우리 식탁에서 한식은 변화하지 못하고 박제화되기 마련이다. 물론 오랜 역사 속에 구축된 식문화를 존중하고 배우는 것은 기본이 돼야 한다. 그러나 자기가 발붙인 땅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오래된 관습에 맹랑한 질문을 할 창의적인 이가 있다면 기꺼이 도전하라. 사람을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해 줄 무대의 주역에.

한윤주 한식 레스토랑 ‘콩두’ 대표.
 
※그동안 수고해 주신 한윤주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문정훈(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칼럼 ‘미래의 밥상’(가제)이 격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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