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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통증·합병증이 무서운 대상포진, 숨어 있다 면역력 약화 틈타 공격…당뇨환자는 3배 더 위험

중앙일보 2016.05.16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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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엔도내과 윤석기 원장이 당뇨병 환자에게 대상포진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만성질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에 취약하다. 프리랜서 임성필

50대부터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특히 조심해야 하는 질환이 있다. 대상포진이다. 주위에서 적잖이 볼 수 있어 가볍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 질환이 환자에게 주는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다. 통증의 정도가 산통이나 신장결석 통증보다도 심해 ‘통증의 왕’으로 불린다. 감기나 폐렴은 외부 바이러스의 침입에 의해 발병하지만 대상포진은 반대다. 몸속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고개를 든다.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당뇨병 환자를 포함한 만성질환자다. 쉽게 걸리고 심하게 앓는다. 대상포진은 만성질환자가 겪는 이중고(二重苦)다.

50대 이후 만성질환자 취약
피부 발진 4~5일 전 심한 통증
증상 보이면 72시간 내 치료

심장질환자는 발병 위험 2배 육박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수두에 걸린 뒤 몸속 신경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주범이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지만 나이가 들고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공격한다. 과로했을 때 걸린다고 알려진 이유다. 보통 대상포진은 40대 미만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 이후부터 발생률이 높아진다.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대상포진에 더 취약해진다. 그중에서도 당뇨병 환자는 대상포진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당뇨병 환자와 대상포진 발병의 상관관계는 여러 차례의 대형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에서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대상포진 발병 위험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3.1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질환자나 만성폐질환자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은 일반인의 1.92배였다. 일본에서 6년간 다른 질환을 가진 약 5만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당뇨병 환자의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일반인의 2.44배에 달했다.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연구결과 역시 비슷하다. 당뇨가 대상포진 위험을 약 2배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도 어려운 신경통 초래

천안엔도내과 윤석기(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위원) 원장은 “당뇨병 환자의 대상포진 위험이 높은 이유는 당뇨병에 걸리면 몸안의 세포가 외부 세포를 구별해 파괴하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단 당뇨병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고혈압,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신부전증, 류머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대상포진은 신경을 타고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어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동반한다. 환자는 대상포진 통증을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벼락이 치는 느낌’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라고 말한다. 의학 통증 척도에서도 ‘사람이 공감할 만한 통증 중에서 가장 극심한 고통’으로 표현한다.

이 통증은 보통 피부에 발진이 나타나기 4~5일 전부터 나타난다. 대상포진을 심각한 질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지속될 수 있는 합병증 때문이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다.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년 동안 이어져 외출·여행을 비롯한 일상생활을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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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합병증이 더 심하다. 윤 원장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대상포진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합병증 위험도 높다”며 “가령 합병증이 얼굴 주변이나 머리 쪽에 오면 실명·중풍 등 아주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상포진은 언제 누구에게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일단 발병하면 합병증 위험이 있어 사전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 환자라면 규칙적인 생활, 운동, 건강식단 유지를 통해 면역력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유전병 아니나 가족끼리 잘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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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합병증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감기에 걸린 것처럼 욱신거리는 증상과 함께 몸의 한쪽으로만 띠 모양의 물집이 생긴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생긴 후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통증을 줄이고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윤 원장은 “대상포진은 몸의 면역력이 낮아지기를 기다렸다가 폭탄처럼 발병하는 질환이라 당뇨병처럼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더 큰 관심과 함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대상포진을 앓았던 적이 있다면 자녀도 조심해야 한다. 대상포진이 유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력과 관련이 깊어서다. 윤 원장은 “대상포진 자체는 유전질환이 아닌데, 부모 세대가 걸리면 자녀 세대도 발생률이 높다”며 “가족끼리는 면역체계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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