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100억 수임료 반환 요구 두려웠나, 정운호 약점 캔 최유정

중앙일보 2016.05.13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여) 변호사가 100억원대 불법 수임료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13일 구속됐다. 최 변호사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폭행 시비에서 불거진 법조 비리 사건에서의 첫 사법처리다.

“회사에 법적 문제 뭐가 있나”
정씨 가족·측근에게 계속 물어
구치소 접견 대화도 모두 녹음
변호사법 위반 유죄 확정되면
강남아파트 등 70억 몰수 가능성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최 변호사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판사가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한 최 변호사에 대해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다.

최 변호사는 100억원대 도박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정 대표에게 올해 초 접근해 “사법시험 인맥 등을 통해 보석을 받아주겠다”며 5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기사 이미지

최 변호사는 또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송창수(40)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도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 약속한 보석 허가가 이뤄지지 않자 50억원 중 30억원은 돌려줬다.

앞서 최 변호사는 사무장인 권모(39)씨와 함께 자신의 외삼촌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북 전주시로 내려갔다가 지난 9일 체포됐다. 당시 최 변호사는 한 정형외과 병원의 5층 특실에 있었는데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수사관의 얼굴을 할퀴고 팔을 물어뜯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근 정 대표의 동생 등으로부터 “최 변호사가 회사에 법적인 문제가 없느냐고 계속 물어왔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최 변호사가 향후 반환 요구에 대비해 약점을 잡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 변호사 측은 “정 대표와의 구치소 접견 대화를 모두 녹음했다”는 말도 했다. 또 정 대표의 측근 8명의 명단이 있다며 이를 ‘정운호 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변호사·판사·브로커·의사 외에 정 대표의 운전기사와 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 업주 등의 이름이 들어 있다.

정 대표 측은 “최 변호사가 면회 올 때마다 대학노트를 들고 왔다. 정 대표가 무심코 얘기한 내용을 직접 거기에 적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지인 리스트가 최 변호사의 의도에 따라 구명 로비 리스트로 재구성된 것이라는 얘기다.

최 변호사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가 수임료로 받은 100억원 중 반환한 30억원을 제외한 70억원, 보유 부동산 등은 몰수 또는 추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정 대표의 도박 사건 세 건을 수임했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의 탈세 혐의도 수사 중이다. 홍 변호사가 사건을 소개받고 브로커에게 알선료를 줬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된다. 검찰은 홍 변호사 개인 계좌와 법률사무소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 사건 브로커에게 알선료가 지급됐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와 고교 후배인 브로커 이모(56)씨의 관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씨를 만났다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씨가 홍 변호사 사무실의 고문이라고 소개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도주 중인 이씨는 정 대표가 2014년 경찰·검찰의 도박 혐의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을 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한국전력 납품업체 대표, 건설사 임원, 호텔 임원 등으로 표시된 명함을 갖고 다녔다고 한다.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정 대표는 이날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 그는 다음달 5일 만기 출소한다. 검찰은 그의 회사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입건 상태”라고 말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