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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마술…원자재값·유행 자동차가 보인다

중앙일보 2016.05.13 03:00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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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경 LG화학 연구위원(왼쪽)이 납사 가격 예측 모델에 입력할 데이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지난 4일 대전시 유성구의 LG화학 기술연구원 내 한 사무실. 이 회사 이호경 연구위원이 모니터 속 갖가지 모양의 곡선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곡선들은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인 납사(나프타) 가격을 예상해 놓은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최장 8주까지 납사 가격 예측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LG, 세계 첫 납사 가격모델 개발
기아차 ‘니로’ 돌풍에도 큰 도움
고객 관리 넘어 경영 전반에 적용


LG화학이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해 납사가격 예측모델(이하 예측모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예측모델은 납사 단기 거래 때 주로 쓰인다. 단기 거래를 통한 납사 구매액은 한 해 3조~4조원에 달한다. 정확한 가격을 예측해 저가에 구매하는 방법으로 1%만 구매 비용을 낮춰도 한 해 300억~4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이 회사 선행최적화기술(AOT)팀이 만든 이 모델은 원유가와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 추이, 각종 환율 데이터 등 총 176가지 변수를 활용해 납사 가격을 예측해 낸다.

이 연구위원은 “납사 가격 예측을 위해 모은 데이터는 수십 GB로 이런 모델을 만든 건 세계 최초로 안다”고 말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초부터 예측 모델을 테스트해 본 결과 표준 편차를 ?2달러로 봤을 때 t당 가격 정확도는 80%이상”이라고 밝혔다. 과거엔 구매자 개개인의 감과 경험에 의지해 납사를 구입했었다.

산업 현장에서 빅데이터 활용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유통업체나 은행·보험 등 금융사들이 고객관리나 금융사고 방지 등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자재 가격 예측이나 제품 컨셉트 도출에까지 쓰이는 식이다.

LG그룹은 빅데이터 적용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가 참여하는 ‘빅데이터 협의체(가칭)’를 올 상반기부터 운영키로 했다. 이호경 LG화학 연구위원은 “유플러스엔 소비자 관련 데이터, 전자와 화학엔 제조 관련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그룹 내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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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지난 3월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니로도 빅데이터를 통해 제품 콘셉트를 다듬고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다. 이노션의 빅데이터 분석 전문 부서인 DCC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니로의 브랜드 슬로건은 ‘더 스마트 SUV’다.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SUV지만, 광고나 마케팅에서 하이브리드 차란 점은 최대한 지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과거 구매자,포커스 그룹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 결과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에는 만족하지만, 배터리 수명이나 중고차 가치 등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소형 SUV의 스타일과 연비에 만족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 동급 최대 출력(105마력)과 L당 19.5㎞의 고연비 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니로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5500여 대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기아차 측은 “니로는 현재 하루 평균 200대씩 팔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차 출시 때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도 가능하다. 수원 아주대학병원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한 의료기기 작동 중단 사태를 막아주는 ‘무정전 전원 장치를 모니터링하는 '원격모니터링시스템(RMS)'를 운영 중이다.

에너지관리· 자동화전문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가 만든 이 시스템은 전류의 흐름을 감시하다가 불규칙한 변화가 보일 경우 이를 감지해 문제를 사전에 해결한다. 전력 관련 비용도 10% 이상 낮췄다.

대전=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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