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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과잉의전 지적에…국회 “19대 때처럼 했다” 관행 핑계

중앙일보 2016.05.13 01:57 종합 12면 지면보기
국회 사무처가 전날(11일) 초선 당선자 연찬회 때 ‘과잉 의전’을 베풀었다는 지적(본지 5월 12일자 4면)에 12일 비공식 해명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의원회관 → 본관 버스, 차도로 돌아
곧바로 걷는 것과 시간 차이 없어
국민들 “국회만 가면…” 한숨
국회사무처 “앞으로는 개선할 것”

“19대 국회 개원 때 했던 대로 준비한 건데 왜….”

300여m(헌정기념관→국회 의원회관)를 가기 위해 대형버스 6대를 마련하고, 2층까지 한 층 올라가기 위해 승강기 3대를 붙잡아놓고, ‘특권의 문’이라 불려 온 의원회관 건물 중앙의 ‘의원전용 출입문’을 열심히 돌려놓고 ‘관행’이라는 명분 뒤로 숨으려 했다. 11일 행사는 국회 사무처 산하의 의정연수원에서 준비했다. 연수원 관계자에게 고작 한 층 위 오찬장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3대나 잡아놓고 대기한 것에 대해 물었다.

연수원 관계자들은 “일일이 해명하기 어렵다. 사무처를 통해 문의해달라”고 답했다. 사무처 쪽에 다시 물어보니 “앞으로는 초선 연찬회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사과가 돌아왔다. 다만 “의원회관 계단이 좁고 복잡해 관행에 따라 그렇게 조치했다”는 전제를 달았다. ‘관행’이라는 방패는 국민 다수가 공감하지 못할 땐 방어력이 형편없다. 사무처가 아무리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해도 국민의 마음은 불편했다.

“(당선자보다 알아서) 기어댄 국회 사무처가 더 나쁘다”(중앙일보 홈페이지 ID: jono1), “국회만 가면 이런 ‘물건들’로 만들어지니 어쩌면 좋겠나”(ID: wnjean)라는 탄식에 국회 사무처의 해명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300여m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굳이 버스까지 동원한 것에 대해선 연수원 측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연수원 관계자는 “정확한 거리는 모르지만, 여럿이 걸으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며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버스를 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버스는 국회 직원 통근용 버스”라며 "그 시간대에 다른 운행 스케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300여m를 쓰려고 돈 주고 대절까지 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과잉의전’이 과연 돈의 문제일까. 사실 11일 행사 땐 300여m 거리를 이동하는 데만 버스 6대가 쓰인 게 아니었다. 추후 확인된 사실로는 오찬을 마친 당선자들이 한 차례 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부터 국회 본관까지였다. 두 건물 사이의 거리는 얼마일까. 헌정기념관~의원회관 사이는 300여m 정도니 꽤 긴 편이다. 이번에는 불과 100여m 정도였다. 좀 과장하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다. 다행히 과잉의전이 싫었는지 버스를 타지 않고 두 발로 걸어서 이동한 당선자들도 몇몇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당선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관련 기사 300m 가는데 버스 6대, 한 층 가려고 승강기 잡아놔…특권부터 배운 초선들

“의원회관에서 본관으로 갈 때 대부분의 당선자가 버스에 타더라고요. 저는 가까우니까 걸었죠. 그런데 저는 앞마당을 가로질러 가고, 버스는 (일방통행으로 설계된 국회 내) 차도를 돌아돌아 오니까 결국 똑같은 시간에 본관 정문 앞에 도착하더군요.”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관행상’ 버스를 갖다 댔다는 국회 사무처의 설명은 이쯤 되면 국민 눈높이는 물론 경제학의 법칙과도 거리가 멀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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