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흑색선전 달인 스톤, 트럼프 지원사격…진흙탕 미 대선

중앙일보 2016.05.10 01:39 종합 18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트럼프(左), 스톤(右)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3월 23일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향해 “조심하라. 당신 부인의 비밀을 폭로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비밀이 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폭로할 내용은 네거티브 전문가로 악명 높은 로저 스톤(64)이 그 달 14일 한 인터넷 매체에 올린 기고에 등장했다.

“힐러리가 빌의 여자들 위협” 막말
크루즈 주변 여성과 불륜설도 흘려
언론 “정치권서 가장 위험한 인물”


“2005년 8월 22일 오후 10시쯤 텍사스주 오스틴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로변을 배회하던 여성을 발견했다. 경찰 보고서는 당시 상황이 이 여성의 자살 시도와 연관됐다고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출동 경관은 남편이 이 여성에게 위협이 된다고 기재했다.” 이 여성이 크루즈의 부인 하이디였다. 하이디의 자살 시도설을 교묘히 제기한 것이다.

스톤이 트럼프 선거에 개입하며 미국 대선의 뇌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스톤은 트럼프만큼 공격적인데다 흑인 방송인을 ‘멍청한 니그로’라고 비난했을 정도로 막말도 닮은 꼴이다. 그를 놓곤 “정치권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CBS뉴스 마이애미), “암살자”(워싱턴포스트)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스톤은 1990년대 트럼프의 카지노 사업 로비를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네거티브 공세로 입을 맞추는 현상은 올 들어 계속된다. 트럼프는 7일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의) 여자들을 혹독하게 다뤄 일부는 망가졌다”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 공격을 본격화했다.
 
기사 이미지

스톤은 지난 3일 “힐러리가 남편의 성적 피해자를 어떻게 위협했는지 알면 여자들은 힐러리를 못 찍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3일 크루즈 의원 아버지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범과 함께 있었다는 암살 연루설을 제기했다. 스톤은 다음날 “암살범과 크루즈 아버지가 함께 있는 사진을 분석하니 크루즈 아버지가 맞다”고 더 나갔다.

스톤은 크루즈가 주변 여성과 내연 관계였다는 ‘크루즈 불륜설’을 흘린 주범으로 지목 받았다. 빌 클린턴을 성폭행범으로 몰았던 논란의 책 『클린턴 부부의 여성과의 전쟁』의 저자 역시 스톤이다.

2008년 엘리엇 스피처 당시 뉴욕 주지사가 호텔 방에 콜걸을 부른 사실이 드러나며 정계를 은퇴했다. 이때 연방수사국(FBI)에 성매매를 제보한 이가 스피처의 정적인 조셉 브루노 뉴욕 주상원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스톤이었다.

스톤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자 트럼프는 지난해 8월 그와의 관계를 끊는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CNN은 올 4월 “스톤은 트럼프와 정기적으로 대화하며 그가 트럼프의 귀에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목소리”라고 전했다.

그간 스톤의 흑색선전이 부각되지 않았던 이유는 주류 언론들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CNN과 MSNBC는 스톤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입에서 스톤의 주장이 계속 나오며 더는 무시하기도 어렵게 됐다.

트럼프는 8일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동에) 착수하겠다”고 위협했다. 뉴욕타임스는 라이언을 오는 7월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의 의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